



2025년 문학고을 계간지 하반기 신인문학상
수상 등단 당선 심사평 <제77회 2차 공모>
시 부문
신한철 시인의 <달밤> <어디쯤 왔을까>
감각적 이미지 반복과 철학적 독백
신한철 시인의 <달밤>은 감각적 이미지의 반복을 통해 서정적 자율성을 확보한다. “나 혼자 덜렁”이라는 표현은 서정적 고립감을 강조하는 동시에, 주체가 세계 속에서 미약하게 흔들리는 존재임을 드러낸다. 여기에 “달빛 흐르는 그림자”, “스쳐가는 달빛 소리”, “달빛 자태” 등 복합 감각적 이미지가 겹쳐져 시각과 청각이 교차하는 다중 감각적 리듬을 형성한다. 이는 외로움과 동반자의 부재를 달빛의 무형성에 기대어 해소하려는 시적 태도가 강조된다. 또한 시인은‘…이었나’의 반복적 종결이 시 전체를 관통하는데, 이는 의문법을 통해 존재와 자연 사이의 동일시를 유보하면서도 그 동일시를 끊임없이 욕망하는 역설적 긴장을 구현한다. 신한철 시인은 이 작품을 통해 고전적 서정 형식 위에 현대적 고독의 의식을 덧입힌 깊은 서정을 보여준다.
<어디쯤 왔을까>는 본질적인 시간에 대한 화자의 고백적 어조가 눈에 띄는 작품이다. ‘세월만 한 장사 없다’라는 시어에서 출발한 시는 세월을 수치화(“이만 오천오백육십팔 일”)하는 서술 방식을 보여주며 시인의 정서를 보여준다. 이 수치화는 시간의 객관성을 보장하는 듯 보이지만, 곧바로 “이만큼 세월이 찰나의 시간인가”라는 질문으로 전도된다. 즉, 객관적 시간과 체험적 시간의 불일치를 드러내며, 이는 불교적 무상관(無常觀)과도 연결된다. 또한 “이정표”의 은유는 인생의 진행을 측정하려는 인간의 욕망을 드러내지만, 결국 “점 하나 박힌다”라는 결론으로 귀결된다. 이는 김춘수의 ‘무의미 시’가 추구한 실존적 허무와도 상통하나, 김춘수가 언어의 자율성에 기대었다면 이 시는 일상적 표현을 통해 철학적 허무를 구현한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신한철 시인은 산문시적 서술과 질문의 연속을 통해 시인만의 철학적 독백을 형성한다. 등단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독자들의 사랑을 많이 받고 대성을 기대한다.
심사위원 합평
조영애 시인의 <밤의 조각들> <혼자가 아닌 사람이 어디 있으랴>
역설적 순간의 포착과 실존적 고독의 응시
조영애 시인의 <밤의 조각들>은 도시의 밤을 감각적으로 재현하는 동시에 그 안에서 드러나는 정서를 예리하게 포착한 작품이다. ‘도둑고양이처럼’ 스며드는 밤의 은유는 친밀하면서도 불온한 감각을 동시에 내포한다. 이어지는 ‘확인할 수 없는 말들과 실체들’은 낮의 소란 속에서는 은폐된 진실이 오히려 어둠 속에서 고개를 드는 역설적 순간을 드러낸다. 이는 랭보나 보들레르가 도시의 야경 속에서 발견했던 데카당스적 미학과 상통한다. 특히 조영애 시인의 ‘밤의 조각들’, ‘밤의 파편들’ 같은 병렬적 명사구 반복이 리듬을 강화하면서 해체된 현실의 파편성을 직접적으로 구조화한다. 마지막에 이르러 ‘온갖 군상들이 쏟아낸 찌꺼기’와 ‘별’이 대조되면서 시인은 속세의 더러움과 초월적 질서가 극적으로 맞부딪히는 결말을 형성하며 날카로운 관찰력을 보여준다.
<혼자가 아닌 사람이 어디 있으랴>에서 시인은 보다 철저히 실존적 고독의 문제를 응시한다. ‘웃음은 쏟아진 유리조각처럼 반짝이고 / 따뜻함은 금세 식어가는 숯불처럼 스민다’라는 감각적 비유를 통해 시인은 타인과의 교류가 순간적이고 파편화된 경험임을 표현한다. 이는 전통 서정시의 ‘관계적 따뜻함’과 달리, 현대적 고립을 정면으로 드러낸 표현이다. 이어지는 ‘누군가의 눈물을 닦아주던 손길도 / 돌아서면 저 먼 강물에 흘러가고’라는 진술은 관계와 인연의 일시성을 서술한다. 또한‘…으랴’라는 종결형이 반복적으로 사용되며, 단정과 질문 사이에서 긴장을 조성한다. 이는 수사적 의문법의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조영애 시인은 보다 체념적이고 냉혹한 어조를 보여주며 시인만의 세계를 창조한다. 등단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독자들의 사랑을 많이 받고 대성을 기대한다.
심사위원 합평
조수빈 시인의 <무너지지 않으려고 웃었다> <감전된 삶>
리얼리즘적 고백시, 사회적 리얼리즘의 정서
조수빈 시인의 <무너지지 않으려고 웃었다>는 ‘웃음’을 방패 삼아 삶을 지탱하는 화자의 고백적 목소리를 담고 있다. “거울 앞에 미소를 붙인다”라는 표현은 행위와 감정이 불일치하는 강제된 서정의 상황을 압축적으로 드러낸다. ‘소금기’라는 이미지가 눈물의 흔적을 물질화함으로써, 웃음 이면의 상처를 구체화한다. ‘울면 안 돼. / 지치면 안 돼. / 쓰러지면…’ 구절은 내적 독백이자 자기 훈육의 언어로 삶을 견디기 위한 자가 검열을 보여준다. 리얼리즘적 고백시의 계보 안에서 이해할 수 있는 <무너지지 않으려고 웃었다>는 개인 내면의 감정적 진실을 직설적으로 드러내는 자기 고백이자 서사를 보여준다. 조수빈 시인은 짧은 행 분절과 종결형 ‘-다’의 단호한 어조, 그리고 의문형 ‘언제쯤 / 울지 않고도 괜찮을까’의 대비를 통해, 체념과 희망 사이의 긴장을 형성한다.
<감전된 삶>은 기술적 은유‘회로’, ‘감전’, ‘먹통’을 통해 개인의 고통을 사회적·가족적 맥락으로 확장한다. 시는 마치 전기 회로가 손상되듯 한 개인의 심리적 붕괴가 주변까지 전염되는 과정을 서술한다. 이는 단순한 개인 고백을 넘어 가족 단위의 삶과 한 구성원의 서정을 집단적 서정과 함께 조명한다. 또한 ‘버둥대는 이도 있고, / 살기 싫어 / 몸서리치는 이도 있다’라는 병렬적 구절은 단일한 감정 대신 다양한 반응을 병치함으로써, 고통의 보편성을 강조한다. 종결부의 ‘놓을 수 있을까’라는 의문은 전작과 마찬가지로 종결 대신 시인은 질문을 선택함으로써 미완의 서정을 남기는데, 이는 실존적 절망을 고스란히 노출하는 장치로 기능한다. 등단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독자들의 사랑을 많이 받고 대성을 기대한다.
심사위원 합평
이강수 시인의 <이름 없는 간병인> <가을이 오는 소리>
성찰과 실존을 주시하는 시선
이강수 시인의 <이름 없는 간병인>은 ‘간병인’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화자의 일상성과 고독을 서술하는 작품이다. 그러나 단순히 일상 묘사를 넘어서 병이 가진 은밀하고 파괴적인 속성을 ‘밤손님’, ‘도둑’의 은유로 풀어낸 점이 탁월하다. 특히‘밤손님’은 친밀하면서도 불청객적인 이중적 이미지를 띠며, 질병의 은폐성과 위협을 동시에 상징한다 이 시의 정점은 “나는 / 경계할 수도, / 붙잡을 수도 없는 / 도둑과 산다”라는 시어를 통해 빼앗아 가는 과정을 ‘도둑’에 빗댐으로써, 환자와 환자를 돌보는 이가 동시에 피해자가 되는 상황을 형상화한다. 또한 자연은 여전히 무심히 순환하지만, 화자의 삶은 철저히 소진과 익명성 속에 갇혀 있다. ‘이름 모를’이라는 표현은 간병인의 사회적 불가시성을 암시하는 동시에 인간의 주체성이 병과 의무 속에서 지워져가는 과정을 상징한다. 이강수 시인은 이렇게 존재론적 고독과 사회적 무게를 이 작품에서 섬세하게 드러내고 있다.
<가을이 오는 소리>는 계절의 변화를 다층적 감각으로 포착하며, 가을의 도래를 자연적·사회적 풍경을 통해 통합적으로 형상화한다. 특히 감각적 이미지(청각, 시각, 촉각)가 두드러지게 동원되며, 가을의 풍요와 인생의 회고적 정서를 동시에 불러낸다. 이 작품은 단순한 개인 서정에서 벗어나 공동체적 리듬 속에 계절을 위치시키는 확장적 시선을 보여주며, 가을은 단순히 자연의 한 계절이 아닌 인생의 황혼을 자각하게 만드는 존재론적 계절로 변환된다. 시인은 가을의 도래를 포착하여 계절시의 전통적 서정을 현대적으로 변주하여 확장한다. 시간과 계절의 변화를 통해 삶의 보편성을 환기하고 있는 이강수 시인의 등단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독자들의 사랑을 많이 받고 대성을 기대한다.
심사위원 합평
<시조 부문>
김병조 시인의 <낮달> <산딸나무>
이미지의 병렬적 구조와 형상화
김병조 시인의 <낮달>은 낮달을 매개로 하여 화자의 정서를 시간적·자연적 이미지에 실어 표현한 작품이다. 자연을 배경으로 두고 인간의 정서를 투영하는 형식을 띄고 있는 이 시조는 특유의 전환부가 눈에 띈다. 구름의 이탈로 인해 남은 것은 ‘창백한 그리움’이지만, ‘새벽별’이라는 새로운 희망이 태어나는 감정의 전환, 결말부의 정리가 뚜렷함이 꽤 인상적이다. 전통 시조의 정격적 리듬과 구조를 살리면서도, ‘창백한 그리움’, ‘가슴앓이’ 같은 현대 서정시의 주관적 정서를 담아내는 이 작품은 김병조 시인의 고전적 정형미와 현대적 감정의 융합을 보여준다.
<산딸나무>는 산딸나무라는 구체적 자연물을 중심으로 그리움의 발현과 성숙을 형상화한 아름다운 작품이다. 여기서 자연물은 단순한 경관이 아니라 감정의 발화체로 제시된다. “내보이기 싫은 마음 켜켜이 쌓아두고 / 잎 사이 감춘 마음 손사례를 쳐봐도 / 아닌 척 감출 수 없는 보고 싶은 마음아”에서 내적 정서가 직접적으로 언어화되며, ‘손사례’,‘보고싶은 마음아’라는 직설적 토로는 감정을 절제하기보다 직접적으로 발화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산딸나무’를 매개로 한 자연과 정서의 합일 구조를 보여주면서, 감정의 결실을 ‘열매’로 형상화하는 구조는 정형과 자유의 긴장 속에서 새로운 서정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또한 김병조 시인은 현대적 구어성과 생동감을 부여하며 이미지의 병렬적 배열과 함께 새로움을 보여준다. 등단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독자들의 사랑을 많이 받고 대성을 기대한다.
심사위원 합평
<디카시 부문>
안정선 시인 <나란히> <레드카드>
<나란히>
들꽃 위에 나란히 앉은 두 마리의 흰나비는 우연과 필연의 경계에 선 만남을 상징한다. 여기에 덧붙여진 짧은 시적 언술은 그 장면을 단순한 자연의 기록에서 벗어나, 인간적 삶과 관계의 은유로 승화시키고 있다.
“우연이라면 소설 한 대목, 필연이라면 동시 한 행”이라는 시어는 문학적 비유의 힘을 잘 드러낸다. 소설적 우연성과 동시적 필연성이 대비되면서, 삶에서 만남이 지니는 의미가 일반적인 사건이 아니라 숙명적 흐름임을 깨닫게 한다. 마지막 행에서 “오는 길 달랐어도 천생연분”은 나비의 짧은 생애를 인간적 사랑의 궁극적 결실과 겹쳐 보여주며, 작품 전체를 따뜻한 여운으로 보여준다.
꽃과 나비라는 친근한 소재를 단순 묘사에 머물지 않고, 인간적 관계로 확장해 낸 점이 특히 돋보인다. 나비의 날갯짓이 곧 삶의 연분으로 이어지듯, 자연과 인간의 경계를 허물고 독자에게 보편적 울림을 전하고 있다.
<레드카드>
붉게 핀 장미꽃과 안내문이 겹친 장면을 포착하여, 일상 속 경고와 아름다움의 이중성을 절묘하게 담아낸 작품이다. 사진 속 붉은 장미는 그 자체로 생명력과 화려함을 드러내지만, 동시에 ‘레드카드’라는 제목과 본문은 이 아름다움에 함부로 다가서는 자에게 날아드는 경고장을 상징한다. 이는 단순히 장난삼아 식물을 훼손하는 행위에 대한 금지 차원을 넘어, 자연에 대한 경외와 생명 존중의 윤리적 메시지로 확장된다.
“식품으로 장난치면 안 돼요 / 어린이 울리지 마세요”라는 직설적인 문장은 안내문의 기능을 그대로 빌려와 시 속으로 끌어들임으로써, 현실성과 시적 상상력의 경계를 무너뜨린다. 이어 “레드카드 곧장 날아갑니다. / 뾰족 가시는 덤이고요”라는 구절은 장미의 가시를 축구 경기의 레드카드와 연결해, 불법적인 식품을 만드는 그들에게 보내는 따끔한 질책의 의미로 상징한다. 이 장면은 독자로 하여금 단순한 주의 문구를 넘어, 꽃과 가시가 전하는 경고의 메시지를 생생하게 받아들이게 한다. 일상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안내 문구가 시 속에서 재맥락화되며, 장미라는 시각적 상징과 함께 독자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안정선 시인의 「나란히」는 자연 속 찰나를 통해 인간적 의미를 길어 올리는 디카시의 본질을 충실히 보여주고 있다. 「레드카드」는 자연의 생명성과 경고성을 유머러스하면서도 날카롭게 표현한 작품으로, 독자로 하여금 꽃의 아름다움 속에 숨겨진 긴장감을 새삼 깨닫게 한다.
디카시인 등단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앞으로도 더욱 폭넓은 주제와 시선으로 좋은 디카시를 창작하는 디카시인으로 성장하길 응원하고 기대한다.
심사위원 합평
수필 부문
장훈덕 작가의 <살구나무 유감>
이 글은 나무를 둘러싼 시간. 기억. 상실의 문제를 사려 깊게 성찰한 수필이다.
화자의 <살구나무 유감>은 살구나무 가지를 자른 사건에서 출발하지만 점차 나무가 지닌 기억. 상징, 추억이 층위를 드러내며 한 그루의 나무는 한 가족의 역사와 삶의 표상이라는 주제를 전한다.
열매를 주고 그늘을 제공하며 마을 사람들과 함께 시간을 나누는 살구나무의 역할과 단순한 농사 문제 해결이 아니라 타인의 추억과 감정을 무심코 훼손하는 행위로 의미가 확장되는 가지 자르는 것의 의미가 있다. 그러함은 개인적 경험과 사회적 사건-산불로 인한 추억의 소실-로 시선을 확장하며 나무는 추억과 정서의 집약체라는 주제를 산불 사건과 연결시키며 강화시킨다.
글쓴이는 나무 자체보다 그 나무를 통해 이어지는 사람들의 감정, 기억, 공동체적 시간을 헤아리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와 깨달음을 고백한다.
나무와 인간을 교차시키며 독자가 쉽게 감정 이입할 수 있게 하는 정서적인 울림을 준다 특히 “초라해진 나무는 병약한 아버지”라는 은유는 강렬하고도 섬세하다.
할아버지가 그늘에서 멀거니 길을 바라보던 모습 등 구체적인 이미지가 살아있어 독자가 장면을 선명히 그릴 수 있는 디테일한 묘사가 뛰어나다 할 수 있다.
타인의 감정과 기억을 고려하지 못한 것에 대한 자책까지 나아가는데 성찰의 깊이가 느껴지며
자기반성이 글의 품격을 높인다고 볼 수 있다.
등단을 축하하며 한국 문단에서 우뚝 서는 사랑받는 작가로 대성하길 바란다.
심사위원 합평
양희철 작가의 <장날>
시대의 질감과 상징성이 잘 맞물린 회고 수필 이거나 기록문학 형식이라고 볼 수 있다.
화자의 <장날>은 욕망과 성장의 은유로 끌고 와서 현재의 절제로 되감는 구조가 인상적인 작품이다. 결말의 교훈적 문장이 살짝 직설적이라 여운이 부족한 부분도 있지만 전반적인 흐름이 자연스러운 글이라 할 수 있다.
시장의 흥망과 한 사람의 생애가 겹치는 기록으로 인구 감소로 한산함이라는 대비를 통해, 공동체의 쇠락이 개인 기억의 퇴색으로 이어짐을 보여준다. 튀밥의 상징성인 커다란 소리,연기,팽창은 어린 시절의 상상과 성인기의 성찰 사이의 욕망과 절제 그 변주를 의미한다.
이글의 장점이라고 한다면 현장감 있는 나열과 인물군상에 관한 부분이다. 사회사적 디테일 또한 빼놓을 수 없는데 곤달걀, 월남치마 같은 어휘가 시대의 빈곤, 수요, 유통을 증언한다 할 수 있겠다. 단순한 향수담을 넘어 기록문학의 가치가 있는 것이다.
구조적 확장성이라 할 수 있는 시공간.정서가 점층되며 독자를 깊이 끌어들이는 점이 있으며 과장 없이 담담하게 회상하다가 마지막에 단정으로 수렴하는 신뢰 가능한 화자의 목소리가 두드러짐이 큰 장점이라 할 수 있다.
위만 바라보는 비교는 끝없는 결핍을 낳고 현재의 삶에서 ‘작은 기쁨’을 발견하는 것이 지속 가능한 행복이라는 윤리적 메시지를 준다 하겠다.
등단을 축하하며 한국 문단에서 우뚝 서는 작가로 대성하길 바란다.
심사위원 합평
<소설 부문>
김태진 소설가의「그의 매듭 나의 매듭」
김태진 작가의 소설 「그의 매듭, 나의 매듭」 은 퇴직 후 삶의 공허와 무력감 속에서 새로운 기술을 배우려는 ‘나’와, 생계를 위해 목숨을 걸고 고공 작업을 하는 ‘그(박성진)’의 삶이 교차하는 이야기 이다.
주인공 ‘나’는 노후된 아파트의 곰팡이와 누수를 보며 자신의 삶 역시 무너져 내리고 있음을 느낀다. 취업에 번번이 실패하며 좌절하지만, 우연히 유튜브에서 로프 매듭 기술을 보고 과거 군 시절의 훈련 기억을 떠올리며 다시 도전해본다. 매듭은 단순한 기술을 넘어 그의 삶을 지탱해주는 상징으로 자리 잡는다.
그러던 어느 날, 아파트 방수 작업을 하던 중년 작업자 ‘박성진’을 만나게 된다. 그는 숙련된 손놀림으로 매듭을 다루지만, 그것은 생존을 위한 절박한 몸부림이자 가족을 부양하기 위한 노동의 언어였다. 주인공은 그를 보며 동질감과 존경을 동시에 느끼고, 그의 매듭을 통해 자기 삶의 매듭을 돌아본다.
하지만 폭염 속 작업 중, 박성진은 추락사고로 목숨을 잃게 된다. 현장은 혼란으로 가득 차고, 사람들은 그의 죽음을 안전 불감이나 개인 책임으로 치부하게 되는데 주인공은 죄책감과 허무 속에서 “그의 매듭은 풀렸지만, 내 매듭은 애초에 묶이지도 못한 것이었는지 모른다”는 깊은깨달음에 이른다.
시간이 지나 사고의 흔적은 사라지고 일상은 회복되지만, 주인공의 내면에는 박성진의 죽음이 깊이 각인되게 된다. 그는 '매듭'을 매지 못해 흩어진 자신의 말과 감정을 돌아보며, 타인의 고통에 무심했던 자신과 사회를 되짚어본다.
결국 이 이야기는 한 노동자의 비극을 넘어, 우리 모두의 삶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매듭'의 의미와 인간적 연대의 필요성을 묵직하게 던져주며 붉은 저녁노을 속에서 주인공의 깊은 허무와 자기 성찰로 마무리 되고 있다.
김태진 작가의 소설은 ‘매듭’이라는 상징적 소재를 통해 노년의 불안, 노동의 가치, 그리고 인간 존재의 덧없음을 탁월하게 그려낸 수작으로 보인다.
주인공에게 매듭은 재기의 희망이자 삶의 끈을 다시 묶으려는 노력이고, 박성진에게는 가족을 지탱하는 절박한 생존의 끈이다. 같은 매듭이라도 두 인물에게는 전혀 다른 의미를 지니며, 그의 매듭이 풀리는 비극은 삶의 끈이 얼마나 취약한지 보여주며 강한 울림을 주고 있다.
눅눅한 아파트, 곰팡이 냄새, 매듭을 묶는 손끝의 긴장감 등 세밀한 현실 묘사는 독자를 작품 속으로 깊이 끌어들이고 있다. 특히 노동 현장에 대한 묘사는 단순히 배경에 그치지 않고 인간 존재의 고단함을 압축적으로 보여 주고 있다 라고 생각 된다.
또한, 이 소설은 노년 세대의 소외와 노동의 위험성, 그리고 사회적 안전망의 부재라는 무거운 주제를 섬세하게 다루고 있다. 개인의 삶을 지탱하는 매듭이 사회적 안전망이라는 큰 매듭과 연결되어야만 풀리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은은하게 전달하고 있다고 보여진다.
다만, 비극적인 사고 장면의 서술이 다소 전형적이어서 초반부의 은유적 밀도가 약해지는 점과, 주인공이 사고 이후 자신의 삶을 어떻게 다시 묶어 나갈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향 제시가 부족하다는 점은 약간의 아쉬움으로 남는다.
<총평>
'그의 매듭, 나의 매듭'은 결국 풀려버린 한 노동자의 매듭과, 삶의 진정한 매듭을 짓지 못한 채 살아가던 화자의 깨달음을 교차시키며 독자들에게 묵직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우리는 어떻게 삶의 매듭을 묶어가고 있는가?" 이 질문은 단순한 서사를 넘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서로의 삶의 무게를 이해하고 진정한 인간적 연대를 실천해야 할 필요성을 다시금 일깨우는 깊은 울림을 선사한다. 이 소설은 잔잔한 필치 속에 강력한 메시지와 뜨거운 휴머니즘을 품고 있으며, 오랫동안 독자의 마음속에 여운을 남길 것으로 보인다.
김태진 작가의 신인상 수상을 축하하며 더욱 정진하여 한국소설의 빛나는 이정표를 세울수 있는 큰 작가로 대성해 주시기를 바란다.
심사위원 합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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