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선작&심사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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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년 문학고을 계간지 상반기 신인문학상 수상 등단 당선 심사평 제80회 2차 공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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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12-09 09:3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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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년 문학고을 계간지 상반기 신인문학상
수상 심사평 제80회 2차 공모
< 엘리트 문학의 산실/ 등단의 길잡이>


시 부문

김철동 시인의 <지우개의 이별> <아빠로 산다는 것은>

깊은 정서와 존재론적 사유

<지우개의 이별>은 지우개라는 아주 작은 사물을 통해 관계의 단절과 상실의 감정을 은유적으로 풀어낸 섬세한 작품이다. 시인은 지우개의 물리적 소모 과정을 인간의 이별에 대응시키며, 아무렇지 않게 지나가는 일상의 장면 속에서 마음의 통증을 발견한다. 눌리고 밀리고 ‘툭 터져 떨어져서’ 멀리 굴러가는 지우개의 모습은 우연 속 사건처럼 보이지만, 이는 한순간에 벌어진 관계의 파열음을 상기하게 한다. 또한‘눈흘기며 본다’라는 표현은 체념과 미련이 동시에 얽힌 감정의 복잡함을 보여준다. 특히 화자는 ‘두 줄 그으면 그만인데’라는 말처럼 관계란 단순한 선택으로 해결되지 않는 복잡한 내면을 지닌 고백적 어조를 통해 깊이를 더한다. 김철동 시인은 사물시의 특징을 잘 파악하여 일상의 사소한 순간을 깊은 정서와 존재론적 사유로 끌어올리는 현대적 서정을 작품에서 잘 보여주고 있다.

<아빠로 산다는 것은>은 아버지라는 존재의 본질을 화려한 이미지나 과장된 감정 없이 매우 담담하면서도 깊게 그려낸 시다. 시는 ‘아빠가 되고 싶었던 것은 아니다’라는 고백에서 출발한다. 이는 흔히 사회적으로 기대되는 아버지의 긍정적 이미지를 배신하며 낯선 감각을 일으킨다. 아이가 태어나는 순간 환희 대신 어쩔 줄 모르는 당황과 공포에 가까운 감정을 느꼈다는 사실적이고 솔직한 서정은 시인의 시 세계를 가감없이 보여주며, 독자로 하여금 공감을 일으키는 요소로 작용한다. 이후 시에서 손을 맞잡는 장면은 매우 상징적이다. ‘부서질 것 같은 여린 손’과 ‘두툼한 손가락’의 대비는 단순한 크기의 차이가 아닌 보호와 의존, 미래와 현재, 가능성과 책임의 상징적 관계를 형성한다. 이 작품은 간결한 언어 속에 담긴 헌신, 두려움, 쓸쓸함, 그리고 조용한 사랑의 층위가 부드럽게 겹겹이 스며듬을 보여주며, 주제를 부각한다. 시인의 등단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독자들의 사랑을 많이 받고 대성을 기대한다.

심사위원 합평


백문규 시인의 <작은 그리움> <달빛 유희>

존재의 본질적 유동성에 대한 깊은 고찰

백문규 시인의 <작은 그리움>은 현대 한국 서정시가 보여온 ‘귀환의 상상력’을 보여준다. 근대적 유랑 이후 다시 장소성으로 귀속되려는 정서적 충동을 섬세하게 변주한 이 작품은 백문규 시인만의 섬세한 관찰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시인은 퇴락한 공간을 낭만화하지 않으면서도 그것을 존재의 중심으로 재배치하면서 서정의 성취를 보여준다. 특히 “사람이 익으려면 인연을 잘 견뎌내야 한다”라는 구절은 단순한 경험적 깨달음이 아닌 인간관계를 숙성의 시간성 속에서 이해하려는 동아시아적 존재론의 잔향을 갖는다. 또한 자연과 인간의 시간성이 동일한 층위에서 이해되는 전통적 세계관의 잔재와 한국 서정시에서 지속 되어온 ‘순환적 시간관’의 현대적 해석이 눈에 띈다. “아주 작은 그리움 하나쯤 혹인 듯 붙이고”라는 표현은 그리움을 제거하거나 극복하는 것이 아니라 존재의 일부로 수용하는 시인의 태도를 보여주면서 정서를 고취한다.

<달빛 유희>는 자연을 단순한 배경으로 두는 서정시가 아닌 전통적 자연관과 현대적 상상력이 겹쳐지는 지점에서 존재의 유동성을 탐문하는 작품이다. 특히 ‘수몰된 산촌’이라는 공간을 창조해 낸 시인의 상상력과 달빛이라는 몽환적 매개를 통해 이 공간을 새로운 장소로 재구성한 어휘력이 눈에 띈다. 물결에 몸을 맡기는 달빛의 형상은 동양 미학에서 말하는 ‘물아일체(物我一體)’적 시선이 드러나며, 빛·물·산이 서로 분리되지 않고 서로의 경계를 흐리며 존재하는 상태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시어가 특히 아름답다. 이 순간 자연은 단순히 배경이나 객체가 아니다. 인간의 정서적 리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존재가 되면서 한국 서정시가 오랜 전통 속에서 구축해 온 ‘자연과 인간의 상호 호응 구조’의 현대적 계승을 시인은 자연스럽게 회화적으로 보여준다. “빛이 노니는 대로 산도 되고 물도 되지 않았던가”라는 구절 또한 자연의 경계가 해체되는 순간을 통해 존재의 본질적 유동성에 대한 철학적 사유를 보여준다. 시인의 등단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독자들의 사랑을 많이 받고 대성을 기대한다.

심사위원 합평

 
박영선 시인의 <깜깜한 밤> <그럴 줄 몰랐다>

시간적 층위의 변환과 내재적 알레고리

박영선 시인의 <깜깜한 밤>은 한 인간이 성장 과정에서 뒤늦게 맞이하는 회귀적 인식의 순간인 ‘자기 생애의 재독(再讀)’을 통해 모성의 고통을 재해석하는 작품이다. 시는 어두운 밤의 질료를 단순한 배경으로 사용하지 않고 기억과 죄책감, 애도의 길이를 형성하는 시간적 층위로 변환한다. 시적 화자는 어린 시절 ‘따뜻한 방’ 안에서 잠드는 자신과 그 바깥의 ‘깜깜한 밤’에 홀로 서 있는 어머니를 대비시키며, 내면의 조명과 외부의 암흑이라는 이중 조도의 구조를 통해 모성과 자녀의 거리를 드러낸다. 이 대비는 한국 현대시에서 종종 발견되는 외부 세계의 어둠을 통해 내면의 깨달음을 환기하는 내재적 알레고리의 형식과 맞닿는다. 특히 이 작품은 시의 정점이 그 직전까지 이어져 온 긴 ‘침묵의 층위’에 있다. 그 침묵을 가르고 나타난 고백은 과거의 어머니뿐 아니라 ‘모성의 계보 전체’에 대한 뒤늦은 제의적 언어로 보여지는 부분이 매우 개성적이다.

<그럴 줄 몰랐다>는 화자의 생애 경험을 통해 어떻게 개인의 삶을 소진시키는지 보여주는 작품이다. “아끼고 또 아끼면 번듯한 집에서 살 줄 알았다”는 첫 시어는 경제적·정서적 절약이 미래의 안정과 보상으로 이어진다는 근대적 계몽의 약속을 그대로 믿고 살아온 한 세대 여성의 내면적 구조를 환기한다. 이렇게 시적 화자의 기대와 미래의 약속의 무너짐을 사실적으로 보여주며 공감을 일으킨다. 이 시가 문예사적으로 중요한 지점은 여성 화자의 회한이 단순한 개인적 실패담이 아니라 한국 근대 여성 서정의 중요한 전환점인‘인내의 미덕’에서 ‘존재의 재 주체화’로 이동하는 흐름과 맞닿아 있다는 점이다. 지나간 삶의 장면들이 아이스크림콘, 돌 사진, 아픈 다리로 이어지면서 사소한 욕망이 아니라 자기 존재를 유지하기 위한 감정적 생존권이었음을 깨닫는다. 화자의 회고는 삶의 사소한 층위가 얼마나 거대한 상실을 방지하는 장치였는지를 역설적으로 드러낸다. 시인은 이 작품을 통해 여성적 생애담의 구조적 해방을 촉발하는 문학적 선언을 보여준다. 시인의 등단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독자들의 사랑을 많이 받고 대성을 기대한다.

심사위원 합평

 
손부의 시인의 <꽃밭> <굴국밥>

역설적 공간에 대한 상상력과 핵심적 매개물의 장치

손부의 시인의 <꽃밭>은 제목의 낭만적 이미지와 시의 내용이 이루는 극단적 긴장을 통해 현실적 질감을 드러내는 역(逆)서정시의 계보에 선다. 한국 현대시에서 ‘달동네’는 늘 주변부의 장소였지만, 이 시는 그 공간의 어둠을 재현하는 데 머물지 않고 일상적 생태학을 다시 쓰는 데 집중한다. 이 작품에서 전주는 단순한 물리적 기둥이 아니다. 이 시에서 전주는 달동네 공동체가 공유하는 최소한의 생존 장치인 ‘공용화장실’로 기능하며, 개인의 존엄이 무너지는 장소이면서 동시에 연대가 발생하는 역설적 공간이다. 이 사물은 시적 장치라기보다 ‘문학적 사물성(objecthood)’을 강하게 띠며 가난한 골목의 구조·역사·기억을 모두 끌어안는 핵심적 매개물이 된다. 특히 시인이 표현한 전주 아래에서 ‘주름이 주름을 파먹는 골목의 연대’라는 구절은 개별적 고통이 아니라 ‘관계적 구조’임을 언어로 드러낸다. 마치 공동체적 피부를 통해 서로의 주름을 물고 늘어지며 연속되는 사회적 상처로 나타난다. <꽃밭>은 현실을 꽃처럼 미화하지 않으며, 현실에 존재하는 한 축의 냄새·감촉·빛까지를 실감있게 재현한 잿빛 서정이다.

<굴국밥>은 관계의 쇠퇴와 인간적 온기의 파편화를 굴국밥이라는 일상적 음식의 감각성과 결합하여 상실의 정서로 형상화한 작품이다. 시의 공간은 “캄캄한 대낮”이라는 역설적 이미지로 열린다. 이때 식당은 ‘만남의 장소’라기보다 텅빈 사회적 관계망의 잔해를 응축한 장소로 변모한다. 시적 화자는 오래된 친구와 그의 애인을 찾아갔지만, 그곳에서 맞닥뜨린 것은 반가움이 아니라 ‘어색함’과 ‘냉기’다. 특히 전신주가 “우우 떨고 있는” 모습은 도시적 사물의 상징성을 띠며, 자연물이 아닌 도시 인프라가 곡진한 감정의 대리 수신자가 되는 장면이다. 이는 박태기나 이성복 등이 구축한 1980~90년대 도시 서정의 흐름을 연상시키는 장치로 인간의 감정이 더 이상 인간에게 흘러가지 못하고 사물의 표면에서 반사되는 시대적 현상을 포착한다. “오오, 빌어먹을 관계”는 단순한 욕설이 아닌 시인이 보는 관계의 본질이 감정적 위안이 아닌 서로를 소모시키는 고단한 구조가 되어버린 현대적 우울을 드러낸다. 시인의 등단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독자들의 사랑을 많이 받고 대성을 기대한다.

심사위원 합평

 
정민정 시인의 <죽전리 곰솔> <점, 신전神殿의>

전통적 상징성과 미학

정민정 시인의 <죽전리 곰슬>은 자연물의 묵은 생명력을 단순한 배경으로 두지 않고 기억·시간·존속의 형태로 재구성하는 한국적 자연 서정을 보여준다. 특히 시의 중심에 놓인 곰솔은 하나의 나무가 아니라 층위가 밀착된 역사적 생명체로 제시된다. 다섯 줄기가 한 몸으로 이어진 형태는 감내한 세월의 집적을 닮은 구조적 형상이며, 이는 한국 시사에서 나무가 지녀온 ‘기억의 저장소’라는 전통적 상징성과 연결된다. 이 나무가 지켜온 것은 마을의 지형만이 아니라 그곳을 살아낸 사람들의 버팀의 미학이다. 자연의 시간에 인간을 재배치하는 존속의 윤리를 받아들이는 순간을 표현한 이 작품은 삶을 미학적 의례로 보여주며, 깊이 있는 시인의 시선이 매우 눈에 띄는 작품이다

<점, 신전神殿의>는 ‘몽고점’을 단순한 신체적 흔적으로 보지 않고 출생의 기원·존재의 성소·사라진 존재와의 영적 연결로 확장시키며, 한국적 가족 서정과 신성성의 전통을 결합한 시적 구조를 갖는다. 이는 김춘수의 존재론적 시관과 이승훈의 신성성 탐구 사이를 잇는 듯한 신화화된 서정의 현대적 형식으로 보인다. 몽고점이 “세상에 나올 때 당신이 세워준 성소”라는 선언적 구절은 점이라는 미시적 신체 흔적을 제의적 중심으로 격상시키며, 개인의 몸이 기억의 사원으로 변모하는 독특한 미학을 드러낸다. 이는 한국 시사에서 드문 방식의 ‘몸의 제의화’이며, 모성과 상실이 신성한 문맥 안에서 재구성되는 특징을 지닌다. “몽고반점 같은 별들”이라는 표현을 통해 우주의 질감과 신체의 흔적이 하나의 텍스처로 연결되는 장면이 특히 매우 신선하고 시인의 상상력이 눈에 띄는 부분이다. 시인의 등단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독자들의 사랑을 많이 받고 대성을 기대한다.

심사위원 합평

 
차명호 시인의 <묵향으로 하루를 닦다> <먼저 길 위로 나아간 마음>

수묵적 사유의 신선함과 기억의 미학

차명호 시인의 <묵향으로 하루를 닦다>는 ‘먹’이라는 동아시아 예술 전통의 가장 오래된 매체를 중심축에 놓고 한 인간의 내면과 시간의 정서적 결을 수묵적 사유의 방식으로 재구성한 작품이다. 한국의 시사(詩史)에서 먹은 단순한 재료보다는 존재를 닦고 비우고 가라앉히는 정신적 수행의 매개로 작동해 왔는데 이 시는 그 수행의 과정을 개인의 하루에 치환함으로써 ‘삶을 예술의 과정으로 치환하는 동양적 사유’를 현대적으로 복원한다. 차명호 시인은 시에서 보여주는 상징적 요소들을 정적 묘사로 병치하는 데 그치지 않고 내면의 질서가 먹빛의 농담처럼 단계적으로 변화하는 과정을 통해 ‘예술 행위가 곧 마음의 형성 과정’이라는 미학을 드러낸다. 차명호 시인의 정서가 짙게 깔린 이 작품은 문인화적 정신성의 윤리적 확장인  내면의 고요가 세계를 향해 번져 가는 동양적 자기 초월의 미학을 보여주며, 시 전체의 사유를 완성한다.

<먼저 길 위로 나아간 마음>은 개인의 유년기 기억을 단순한 회상의 차원에서 다루지 않고 기억이 현재의 존재를 구성하는 심층적 구조로 제시하며, 한국 현대 서정시의 ‘기억의 미학’을 한층 더 세밀하게 발전시킨 작품이다. 특히 한국적 정서인 설움·기다림·그리움이 자연스럽게 섞여 있는 ‘정한(情恨)’의 계보 속에 놓이되 이를 비애로 묘사하는 대신 삶의 감각이 형성되는 원초적 장면으로 승화시키고 있다. 이 시가 독특한 것은 어린 시절의 기다림을 단순한 결핍의 감정으로 다루지 않고 ‘마음이 먼저 길 위로 나아간다’라는 존재론적 구조로 재해석한다는 점이다. 기다림이란 누군가를 기다리는 행위가 아니라 먼저 마음을 보내놓고 그 뒤를 육체가 따라가는 심리적·시적 구조이며, 이는 동아시아 고전에서 자주 등장하는 ‘심(心)의 선행(先行)’이라는 사유와 맞닿아 있다. 이 작품은 잊힌 유년이 아니라 시간이 오히려 그때의 떨림을 더 깊게 키워내는 구조를 탐구한 작품으로 서정시에서도 독특한 심층성과 감각적 정밀함을 보여준다. 시인의 등단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독자들의 사랑을 많이 받고 대성을 기대한다.

심사위원 합평

 
<시조 부문>

조성남 시인의 <바람> <꽃비 왈츠>

미학적 확장성

조성남 시인의 <바람>은 현대시조가 전통적 형식적 강제에서 벗어나 음률적 자유와 서정의 집중을 동시에 추구하는 방식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특히 시적 화자의 언어는 ‘기원’을 더듬듯 원초적 감각으로 시작해서 성대–호흡–몸짓–기억–서사가 한 흐름으로 연결되는 구성을 보여준다. 시조는 전통적으로 자연·삶·심성의 결을 눌러 단정하게 정제하는 형식을 추구해 왔으나, 이 시는 오히려
그 반대에서 출발한다. ‘시적 언어 이전의 감각’을 발화의 출발점으로 삼음으로써 현대적 시조가 어떻게 구비적·원형적 음성의 계보를 재활성화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 시는 전통적 마무리를 해체하면서도 오히려 시조 고유의 입말·구비
음성의 생명성을 재건한다. 그래서 시조라는 형식을 전통의 틀 속에 가두지 않고 오히려 원초적 음성의 힘을 끌어올리는 힘을 보여준다.

<꽃비 왈츠>는 이미지의 발열·감정의 색채화
시간의 농축을 통해 서정의 농도를 극대화한 작품이다. 조성남 시인은 감정이 색채가 되고 색채가 시간·계절·생명의 움직임으로 변주되는 감각적 시조의 형식을 여기서도 보여준다. 시조는 대체로 자연의 구체적 사물 이미지를 바탕으로 정서를 환기하는 방식이지만, 이 시는 먼저 ‘감정선’이라는 내부 구조를 제시하고 그 위에 ‘색채’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출발한다. 이러한 구성은 면의 시각화를 통한 현대적 심상 구축이라는 방향으로 확장된다. 이 작품은 자연과 정서가 하나의 이미지로 응축되는 구성을 따르면서도 현대적 생명감을 부여하여 새로운 정서를 구현하고 있다. 이는 시조가 여전히 정형을 유지하며 감정의 깊이를 확장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미학적 확장성을 보여줬다. 시인의 등단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독자들의 사랑을 많이 받고 대성을 기대한다.

심사위원 합평

 
수필 부문

김윤숙 작가의 <방문객과 내방객>

일상의 경험을 깊은 사유로 연결하는 수필의 힘이 돋보이는 수필이다.

화자의 <방문객과 내방객>은 언어와 인간의 존재가 결국은 철학적 성찰에 도달하게 하는 글이다. 한 사람의 삶에는 수많은 방문객이 드나든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사람들만이 아니라, 그들이 던지고 간 말 또한 조용히 들어와 마음 한쪽에 자리를 잡는다. 이 글은 바로 그 말의 방문객을 이야기한다. 가게라는 작은 세계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타인의 무심한 시선과 낙인이 어떻게 내면을 흔드는지 보여주지만, 그 상처에만 머물지 않는다. 대신 글쓴이는 그 말들을 ‘내방객’으로 다시 맞아들인다. 속을 헤집는 손님이 아니라, 스스로 관조하고 다시 묶어내는 사유의 손님으로 바꿔 앉힌다.

이 글이 아름다운 이유는 고통을 외치는 대신, 그 고통을 바라보는 시선을 담담히 들려주기 때문이다. 외모를 이유로 한 오해와 차별, 가게를 향한 무례한 태도들은 단순한 에피소드가 아니라 우리가 흔히 지나치는 폭력의 민낯이다. 그러나 글쓴이는 그 폭력 위에 다시 마음의 실오라기를 엮는다. 말은 사람을 상하게도 하지만, 사람을 잇게도 한다는 깨달음. 이는 삶을 견디는 힘이자 말의 본질을 꿰뚫는 사유다.

‘또바기처럼’ 이어지는 일상 속에서 글쓴이는 말의 무게를 배운다. 누군가 던지고 간 말이 상처였을 때조차, 그 흔적을 품어 더 넓은 세계로 나아가려는 태도. 이 글은 그 조용한 성숙을 담고 있어 오래 읽히며 마음에 잔향을 남긴다.

등단을 축하하며 한국 문단에서 사랑받는 작가로 자리매김하길 바란다.

심사위원 합평


김순봉 작가의 <탈색된 검정 작업화>

‘탈색된 검정 작업화’라는 구체적 사물을 통해 한 청년의 방황과 변화와 아버지의 성찰을 담아낸 글이다.

화자의 <탈색된 검정 작업화>는 한 켤레의 탈색된 검정 작업화를 중심으로 한 가족의 시간과 한 청년의 성장 과정을 조용히 비추는 따뜻한 수필이다. 작가는 퇴근 후 아파트 현관에 놓인 작업화를 바라보는 사소한 장면에서 이야기를 시작하지만, 그 시선은 점차 아들의 삶과 노동, 그리고 부모의 마음으로 깊어지며 자연스러운 울림을 만들어 낸다.

특히 작업화에 쌓인 뿌연 먼지는 단순한 오염이 아니라, 아들이 하루 동안 견뎌낸 노동의 무게와 묵묵함을 상징한다. 콘크리트를 뚫고, 타일을 뜯고, 누수를 막아내는 과정에서 묻어난 먼지와 땀은 글 속에서 점차 희생과 인내의 표식으로 변모한다. 작가는 그 흔적을 통해 아들이 흘렸을 육체적 고단함뿐 아니라, 지난 방황의 시간과 마음의 상처까지 함께 떠올리며 아버지로서의 연민과 존중을 겹겹이 쌓아 올린다.

이 글의 미덕은 감정을 절제한 균혐감과 문장에 있다. 일상의 언어와 장면들이 쌓이며 독자는 어느새 자신의 가족과 삶을 떠올리게 된다.
결국 한 아버지가 아들의 굽은 허리와 닳아가는 작업화를 통해 비로소 깨닫게 된, 삶이 사람을 단단하게 만드는 방식에 대한 조용한 서사이자 내면의 기록이다.
노동이 인간을 소모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삶의 중심을 다시 세워 준다는 조용하지만 깊은 통찰과 사유를 전한다.

등단을 축하하며 한국 문단에서 사랑받는 작가로 대성하길 바란다.

심사위원 합평

 
조예련 작가의 <돋보기 거리, 관계의 거리>

사소한 일상, 돋보기라는 작은 사물에서 출발해 인간관계의 본질을 섬세하게 포착한 글이다.

화자의 <돋보기 거리, 관계의 거리>는 돋보기라는 작은 사건에서 삶의 관계를 다시 바라보는 시선을 끌어낸다. 흐려진 글자처럼 남편과의 마음도 어느새 초점을 잃어가고 있었음을 깨닫는 순간에 독자는 조용한 아픔을 느낀다. 말은 오가지만 마음은 닿지 않는 저녁, TV만 환하게 빛나는 장면은 부부가 가장 가까이 있으면서도 정서적으로 멀어진 현실을 상징처럼 보여준다. 에드워드 홀의 ‘관계의 거리’ 개념을 빌려, 사랑이 식어서가 아니라 서로에게 맞는 적정 거리를 잃어버린 때문이라고 사유한다. 돋보기를 맞추듯 관계도 조절과 재초점이 필요하다는 깨달음이 자연스레 이어진다.

시간이 흐르며 두 사람의 거리는 다시 부드럽게 좁아진다. 주말 여행 속에서 남편의 얼굴을 새롭게 읽어내는 장면은 익숙함 속에서 잊힌 따뜻함이 돌아오는 순간을 담담히 보여준다. “왜 진작 이렇게 살지 못했을까”라는 남편의 말은 관계가 다시 맞춰지는 조용한 회복의 신호다.

이 글의 매력은 소란스러움 없이 일상의 흐림 속에서 삶의 본질을 발견해내는 데 있다. 가까움과 멀어짐의 의미, 관계의 초점거리라는 통찰을 담아내며, 돋보기 너머로 글자뿐 아니라 사람의 마음까지 다시 읽어내려는 다정한 시선을 남긴다.

등단을 축하하며 한국 문단에서 우뚝 서는 작가로 발돋움하며 사랑받길 바란다.

심사위원 합병


디카시 부문

양혜진 시인의 <거울 효과> <비상을 꿈꾸며>

<거울 효과>

이 작품은 고요한 호수 위에 완벽에 가깝게 반사된 나무들의 모습은 제목 ‘거울 효과’와 긴밀히 연결되며, 현실과 반영이 서로를 비추어 하나의 세계를 이루는 순간의 아름다움을 시각적으로 강렬하게 제시한다. 사진은 움직임이 멈춘 듯한 정적 속에서 자연이 만들어낸 대칭의 미학을 담아내며, 시적 메시지를 확장시키는 중요한 기반이 된다.
시의 표현 역시 간결하면서도 깊은 사유를 이끌어낸다. “반사되어 / 반영하고 / 반추하니”라는 삼중 구조는 자연의 반사 현상을 넘어, 인간의 내면적 성찰 과정까지 확장되며 의미의 층위를 더한다. 시적 어휘 선택이 단정하며, 반복을 사용한 리듬이 작품 전체의 고요한 분위기와 잘 어우러진다. 마지막 구절 “그대로 반할 수 밖에”는 자연이 만들어낸 거울 같은 풍경 앞에서 결국 감탄과 매혹을 느낄 수밖에 없음을 진솔하게 고백함으로써, 독자에게도 동일한 감정이 파동처럼 전달되도록 한다.
전체적으로 이 작품은 시각적 아름다움과 내면적 사유가 균형 있게 결합된 디카시로서, 표현의 절제와 여운의 미학이 돋보인다. 자연의 반사라는 현상을 통해 감정과 철학적 성찰을 끌어올린 점에서 높은 완성도를 지닌 작품으로 평가할 수 있다.


<비상을 꿈꾸며>

이 작품은 디카시가 지닌 ‘순간 포착의 미학’을 효과적으로 구현하고 있다. 사진 속 주인공의 손에 들린 네 송이의 민들레 홀씨는 가벼움, 시작, 비상(飛上)이라는 상징을 직관적으로 드러내어 시의 메시지와 긴밀하게 호응한다. 도로 가장자리의 단순한 배경 또한 군더더기 없이 시선이 ‘홀씨’와 ‘비상’의 이미지에 집중되도록 도와주며, 담백한 화면 구성은 시적 정서를 더욱 맑게 전달한다.
시적 표현 또한 밝고 희망적인 기상이 돋보인다. “훌훌 가벼운 마음으로 / 한판 벌여 보자”라는 문장은 일상의 작은 결심에서 비롯하는 용기와 도전을 경쾌하게 드러내고, 민들레 홀씨의 속성과 잘 맞물린다. 이어지는 “작은 입김에도 사뿐하게 / 날아오를 준비 이상무”는 홀씨가 바람을 타고 날아오르는 모습을 삶의 태도와 자연스럽게 연결하며, 누구나 마음속에 간직한 비상(飛上)의 가능성을 부드럽고 긍정적으로 일깨운다.
이 디카시는 전체적으로 시각적 상징성과 언어적 메시지가 균형 있게 조화를 이루며, 독자에게 잔잔하지만 확실한 응원을 건네는 힘을 가지고 있다. 가벼움 속에 담긴 희망, 일상 속에서 발견하는 작은 비상의 순간을 밝고 따뜻하게 그려낸 점에서 높은 완성도를 지닌 작품으로 평가할 수 있다.

양혜진 시인의 「거울 효과」와 「비상을 꿈꾸며」는 모두 자연과 일상의 장면을 통해 내면의 성찰과 삶의 희망을 드러낸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거울 효과」는 고요한 반사 풍경을 통해 존재를 비추고 다시 돌아보게 하는 사유의 결을 보여주었고, 「비상을 꿈꾸며」는 작은 바람에도 사뿐히 날아오를 준비하는 민들레 홀씨처럼 일상 속에서 발견하는 도전과 희망의 메시지를 경쾌하게 담아냈다. 두 작품은 각기 다른 감성적 분위기를 지니고 있으나, 사진은 현실의 순간을 넘어서 상징의 언어로 확장되고, 시적 문장은 그 장면을 자기 성찰과 삶의 의지를 일깨우는 목소리로 변환한다. 이는 디카시가 지닌 감성적 표현력과 미학적 가능성을 다시금 확인하게 하는 성취라 할 수 있다. 등단을 축하드리며, 앞으로도 따뜻한 사유와 밝은 생명력을 지닌 작품들로 더욱 견고한 디카시 세계를 펼쳐가길 기대하고 응원한다.

심사위원 합평


소설 부문

곽보경 「우리는 다른 속도로 걷는다」 

곽보경 작가의 소설 <우리는 다른 속도로 걷는다>는 속도, 간격, 여백이라는 주제를 섬세하고 명징하게 탐색하는 작품으로서 글쓰기라는 내적 고투(苦鬪)에서 시작된 이야기가 타인(헬레나)과의 조우와 여행을 통해 삶의 보편적 진실로 확장되어 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소설은 '나'(화자)가 글쓰기에 대한 압박감과 좌절감 속에서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고향인 전주로 돌아와 무의미한 일상을 보내게 되는데 전주는 그에게 위안보다 무게가 되는 공간이다. 

막막함 속에서 화자는 충동적으로 태국 치앙마이로 떠나는데, 이는 과거 한 달 살이를 하던 중 인종차별적 조롱에 노출되었을 때 자신을 보호해 준 독일인 친구 크리스를 다시 만나기 위함 이었다. 

치앙마이에 도착한 화자는 크리스의 레스토랑에서 함부르크 출신의 파란 눈을 가진 화가 헬레나를 소개받는다. 헬레나는 조소를 전공했지만 지금은 선과 색으로 세계를 옮겨 적는 중이며, 화자는 헬레나의 독특한 속도, 즉 "좋아하면 조금 물러나야 한다" 거나, 대상의 "비어 있음"을 편안하게 여기는 태도를 관찰하며 점차 그 느슨함에 적응하게 된다. 헬레나가 중앙아시아로 떠난다는 사실을 알게 된 화자는 동행을 제안하고, 헬레나와 함께 중앙아시아를 포함한 여행을 하게 된다. 그러나 여행을 마치고 다시 전주로 돌아온 화자는 여전히 그대로인 자신의 방과 마주하게 된다. 하지만 여행의 경험은 화자의 내면에 미세한 흔들림을 남기게 되는데, 헬레나가 알마티 시장에서 건네준 사과씨 봉투를 발견하고 그녀의 말처럼 "너무 깊으면 길을 잃는다"는 깨달음과 함께 씨앗을 얕게 묻어 화분을 만든다. 

얼마 후 싹이 돋아난 것을 발견한 화자는 헬레나에게 "심었어요."라고 짧은 메시지를 보내게 되고 헬레나는 "사람은 사람. 씨앗은 오래 남아요."라고 답하며, 위로 대신 여백이 가득한 문장을 남긴다. 

화자는 헬레나와의 만남과 여행, 그리고 싹이 자라는 과정을 통해 과거 타인의 속도에 맞추려 했던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게 된다. 이제 그는 '속도를 잴 줄 알게 된 것'을 가장 큰 변화로 꼽으며, 느림이 뒤처짐이 아닌 '나를 잃지 않기 위해 필요한 호흡'임을 깨닫게 된다. 화자는 비로소 '간격'과 '균형'을 통해 새로운 삶의 박자를 찾아가게 된다. 

 
총 평

<우리는 다른 속도로 걷는다>는 화자의 내적 성장 서사를 '속도'라는 명확한 모티프를 중심으로 밀도 있게 직조해낸 우수한 작품이다. 섬세하고 시적인 성찰은 독자들에게도 '나만의 속도'를 되돌아보게 하는 힘이 있다. 

감각적인 문체, 섬세한 관찰, 절제된 정서의 표현이 돋보이는 정교한 감정 소설이다. 라고 평가 할 수 있겠다. 

곽보경 작가는 화려한 구조나 사건 없이도 독자를 끝까지 머물게 하는 힘, ‘속도’라는 추상적 주제를 촘촘하게 이야기와 엮어내는 구성력 높은 완성도를 보여준다. 

특히 관계를 감각의 층위로 해석해 내는 능력, 여백의 미학, 정서적 리듬 조율 능력은 문학적으로 뛰어난 장점이다. 문체가 지나치게 내향적이고 묘사 중심이며, 인물 간의 변화를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은 많으나, 서사적 긴장감을 높이는 장면이 부족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하지만 이는 작품의 의도된 선택으로 볼 수도 있어 비판 지점이자 특징이 된다고 보여 진다. 

더욱 정진하여 한국 소설의 커다란 반향을 일으키는 훌륭한 소설가로 성장해 주기 바란다. 

심사위원 합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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