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년 문학고을 계간지 신인문학상 수상
등단 심사평 (제81회 2차 공모)
<엘리트 문학의 산실/ 등단의 길잡이>
<시 부문>
고윤 시인의 <삶의 노래> <행복>
위계적 메커니즘과 실존주의
고윤 시인의 <삶의 노래>는 자본주의 사회의 구조적 피로와 존재론적 불안을 집약적으로 드러내는 서정시이다. 시의 전개는 병렬적 열거를 기본 원리로 삼아 개인과 계층과 권력의 관계를 하나의 순환 고리로 엮는다. 젊음과 노년 서민과 재벌 권력과 기득권으로 이어지는 연쇄는 사회가 작동하는 위계적 메커니즘을 노출하며 그 속에서 개별 주체가 겪는 좌절의 보편성을 강조한다. 고윤 시인은 설명을 배제한 단문 중심의 시어를 통해 언어의 밀도를 높인다. 이러한 방식은 감정을 서술하기보다 현실을 압축적으로 제시하는 데 효과적이며 참여시 계열의 미학과 맞닿아 있다. 특히 인간이 권력 구조 속에서 객체화되는 장면은 인간주의적 가치가 해체된 현대 사회의 풍경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시인은 위안을 제공하는 서정의 기능을 넘어 사회 현실을 직시하게 만드는 비판적 발화로 작동한다. <삶의 노래>에서 시적 화자는 독자로 하여금 사유하게 만드는 힘을 만들어낸다.
<행복>은 일상적 공간 속에서 순간적 충만을 탐색하는 서정시로 보이지만 그 내부에는 현대적 주체의 불안한 자의식이 섬세하게 배치되어 있다. 시는 술집이라는 사적 공간을 배경으로 관계와 대화의 장면을 반복 제시하며 공동체적 친밀감을 호출한다. 언어는 구어적 리듬을 유지하면서도 서술의 흐름을 느리게 가져가 감정의 체류 시간을 늘린다. 이 작품에서 행복은 미래 지향적 이상이나 완결된 상태로 제시되지 않는다. 오히려 현재라는 시간의 얇은 단면 위에서 잠시 머무는 감각으로 포착된다. 이야기와 음식과 분위기가 겹쳐지는 장면들은 감각적 충만을 만들어내지만 그것이 지속될 수 없음을 시인은 말한다. 화자는 현재의 충만이 삶의 무게를 일시적으로 유예하는 장치임을 자각한다. 이 자각은 허무로 귀결되기보다는 오늘을 견디기 위한 선택으로 제시되며 이는 실존주의적 태도와 맞닿아 있다. 고윤 시인은 이렇게 이 작품에서 미시적 순간에 의미를 부여하는 현대 서정의 흐름을 충실히 반영하는 시선을 가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등단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독자들의 사랑을 많이 받고 대성을 기대한다.
심사위원 합평
곽동욱 시인의 <나무의 속도> <낡은 손의 기억>
존재의 변화가 지니는 심층적 리듬감에 대한 사유
곽동욱 시인의 <나무의 속도>는 변화와 성장의 양상을 ‘속도’라는 개념으로 사유하며, 가시적 진보의 논리에 대한 비판적 성찰을 시도하는 철학적 서정시이다. 시는 나무의 느린 움직임을 표면적 정지로 오인하는 인간 인식의 한계를 지적하면서, 변화란 감각 가능한 속도에 의해 판단될 수 없다는 전제를 제시한다. 여기서 속도는 물리적 개념을 넘어 존재의 변화 양식을 가늠하는 인식론적 기준으로 기능한다. 곽동운 시인은 사유의 단계를 점층적으로 드러내며 주제를 강조한다. “그래서 아무도 그 속도를 믿지 않는다”라는 시어는 사회가 요구하는 효율성과 가시적 성과 중심의 가치 체계를 암묵적으로 호출하며, 이에 대한 시적 화자의 인식 전환은 “하지만 나는 안다”라는 선언을 통해 이루어진다. 이는 개인적 깨달음의 형식을 띠지만, 실상은 현대 사회의 시간 인식에 대한 근본적 문제 제기라 할 수 있다. 시인은 자연을 단순한 감상의 대상이 아닌 사유의 매개로 삼는 사색적 서정을 보여주고 있다. 화자는 자신의 정체 상태를 실패나 정지로 규정하지 않고, 나무의 시간성에 자신을 겹쳐 놓는다. 이는 자기 성찰을 심리적 위안의 차원에 머무르게 하지 않고 인간 존재 역시 비가시적 변화의 연속선 위에 놓여 있음을 인식하는 철학적 태도로 확장된다.
<낡은 손의 기억>은 ‘손’을 중심 기호로 삼아 기억과 시간, 그리고 존재의 흔적이 어떻게 전승되는지를 탐색하는 작품이다. 시적 화자는 할아버지의 손을 응시하는 행위를 통해 개인의 삶이 언어를 넘어 신체에 각인되는 방식을 포착한다. 여기서 손은 노동과 세월의 결과물이자, 말로 설명되지 않는 삶의 기록 매체로 기능한다. 시인은 시각적 관찰에서 출발해 내면적 사유로 이행하는 구조를 선택하며 시의 구성을 완성시킨다. 이 작품은 존재론적 서정의 성격을 보여줌과 동시에 삶의 의미는 성취나 업적으로 환원되지 않고, 타인에게 전해지는 온기의 형태로 남는다는 색다른 시선을 보여준다. 화자가 자신의 손을 바라보며 미래를 사유하는 장면은 개인의 삶이 어떻게 타인의 기억 속에 잔존할 수 있는지를 독자에게 조용한 질문을 던진다. 이 작품은 시간과 기억을 관념적으로 사유하지 않고 신체라는 구체적 매개를 통해 존재의 의미를 탐색하는 색다른 시선이 압도적이다. 등단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독자들의 사랑을 많이 받고 대성을 기대한다.
심사위원 합평
남동일 시인의 <막바지 가을> <뒷모습>
상실과 즐거움의 공존과 사유의 밀도
남동일 시인의 <막바지 가을>은 계절의 경계에 선 화자의 심리를 시간과 공간의 미묘한 어긋남으로 포착한 서정시이다. 11월이라는 구체적 시점은 가을의 끝과 겨울의 초입이 겹쳐지는 순간이며 시는 이 중간 지대를 반복적으로 왕복하는 화자의 시선을 따라 전개된다. “한발짝 뒤로서면 가을이고 / 한발짝 앞으로 서면 겨울”이라는 구절은 계절을 고정된 상태가 아닌 위치와 인식에 따라 달라지는 감각의 문제로 전환시킨다. 시인이 창조한 상실과 즐거움이 한 장면 안에 공존하는 이 이미지 구성은 가을이라는 계절의 이중성을 잘 드러낸다. 이 작품은 변화 자체보다 변화 앞에서의 지체를 정면으로 응시하며 삶의 이행기가 지닌 감각을 섬세하게 포착하는 작품으로 시인의 깊은 사유를 보여준다.
<뒷모습>은 일상의 산책 장면에서 출발해 인간 존재의 방향성과 관계 인식을 사유하는 작품이다. 겨울이라는 계절적 배경은 차가운 온도 이상의 의미를 지니며 거리감과 단절의 감각을 강화한다. 탑정호 수변공원이라는 구체적 장소는 관찰의 무대가 되고 화자는 그곳에서 사람과 사물의 공통된 움직임을 발견한다. 이 작품에서의 새로운 시각은 ‘등’이다. 사람들은 모두 누군가의 등을 보며 걷고 자동차와 오리 역시 뒷모습을 드러낸 채 멀어진다. 이 반복되는 장면은 시선의 구조를 일방향으로 고정시키며 관계의 비대칭성을 드러낸다. 화자는 앞을 볼 수 없는 존재로서 따라가는 위치에 놓이며 고독과 쓸쓸함을 사유하게 된다. 또한 질문형 문장이 잦게 배치되면서 사유의 밀도를 높인다. 등만 보이는 세계는 서로의 얼굴과 표정을 확인할 수 없는 공간이며 화자는 그 결핍을 인식한 상태에서 “한번쯤 뒤돌아 봐준다면”이라는 가정에 머문다. 이 작품에서 시인은 앞을 향해 나아가는 삶의 방향성을 당연시하지 않고 시선의 각도를 바꾸는 가능성을 사유한다. 등단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독자들의 사랑을 많이 받고 대성을 기대한다.
심사위원 합평
심호 시인의 <기다림> <새>
정서와 인식의 변화 그리고 존재적 질문
심호 시인의 <기다림>은 ‘기다림’을 정서적 상태로 한정하지 않고 시간 인식의 한 양식으로 확장하는 시적 사유를 보여준다. 시의 전개는 현재적 체험에서 출발해 과거 기억을 경유한 뒤 다시 현재의 결단으로 회귀하는 순환 구조를 취한다. 이러한 구조는 기다림을 정지된 감정이 아닌 지속적으로 재구성되는 시간의 경험으로 제시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시인은 특정 장소를 시어로 선택하면서 기억의 기원을 명확히 설정한다. 이는 개인적 기억의 사적 영역을 넘어 서사적 신뢰도를 확보하는 장치로 보여준다. 그러나 시는 장소의 서사적 설명에 머무르지 않고 그곳에서 환기되는 정서와 인식의 변화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자연 현상은 배경적 장식이 아니라 기억을 소환하고 감정을 재배치하는 매개로 작동하며 화자의 내면 서사를 이끌어낸다. 심호 시인은 이 작품에서 삶의 지속을 감정의 순수성보다 인식의 책임으로 사유한다는 점에서 성숙한 서정의 면모를 보여준다.
<새>는 존재론적 차원에서 탐색하는 작품이다. 서두에서 제시되는 ‘습관처럼 떠났다’는 진술은 떠남이 선택이나 사건이 아니라 반복된 삶의 양식이 되었음을 보여준다. 이는 화자의 존재 방식이 정주보다 이동에 기초하고 있음을 명확히 하며 시 전체의 사유 방향을 설정한다. 작품은 공간의 연쇄적 이동을 통해 정체성의 불안정성을 드러낸다. 각 장소는 고유한 의미를 지니기보다 떠남의 연속성 속에서 떠다니며 화자는 어디에서도 머무르지 않는다. 이러한 구조를 통해 근대적 주체가 경험하는 세계의 분절성과 일시성을 반영하는 서정적 형식을 보여준다. 서사는 이동의 종결을 제시하지만, 비극적 정조를 과도하게 강조하지 않는다. 이 작품은 감정의 표현보다는 인식의 태도와 사유의 방향을 중심으로 서정을 구축하고 있으며 개인적 체험을 존재적 질문으로 전환하는 데 집중한다는 점에서 매우 훌륭하다. 등단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독자들의 사랑을 많이 받고 대성을 기대한다.
심사위원 합평
임형식 시인의 <애벌레의 꿈> <어제 같은 내일>
변형의 서사와 상상력
임형식 시인의 <애벌레의 꿈>은 이 작품은 성장과 변형이라는 생물학적 과정에 기대어 존재의 성급함과 시간의 불균형을 성찰하는 시이다. ‘애벌레’는 미완의 존재이자 아직 도래하지 않은 상태를 상징하며, 시는 이 미완의 상태가 지닌 조급함을 중심 정조로 삼아 전개된다. 작품 전반에 걸쳐 반복되는 색채와 자연 풍경은 단순한 생태 묘사가 아니라 성장의 조건과 환경을 둘러싼 인식의 장으로 기능한다. 시의 구조는 현재의 풍경 속에서 반복적으로 ‘그리움’을 호출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그리움은 과거 회상의 감정이 아니라 아직 도착하지 않은 상태를 향한 지향성으로 제시된다. 나비는 완성된 존재라기보다 애벌레가 스스로 상상한 미래의 형상에 가깝다. 그 앞에서 화자는 여전히 꽃내음을 따라 헤매며 수줍게 웃는 위치에 머문다. 이는 성장이 도착의 문제가 아니라 지속적인 지연과 기대 속에서 이루어지는 과정임을 보여준다. 이 시는 변형의 서사를 통해 인간 존재가 시간 앞에서 느끼는 불안과 희망의 공존을 사유한다.
<어제 같은 내일>은 시간의 순환성과 반복성을 바다의 리듬에 기대어 탐색하는 시이다. 제목에서 드러나듯 ‘어제’와 ‘내일’은 명확히 구분되지 않으며, 시 속에서 하루의 시작과 끝은 서로를 반사하며 닮아간다. 이러한 시간 인식은 선형적 진보보다 반복적 순환에 가까우며, 화자는 그 순환 속에서 자신의 위치를 성찰한다. 시는 아침에서 밤으로 이어지는 하루의 흐름을 따른다. 그러나 이 흐름은 서사적 발전을 지향하지 않고 동일한 운동의 변주로 구성된다. 파도와 너울, 그림자와 부초는 모두 외부 힘에 의해 떠밀리는 존재들로 제시되며, 이는 개인의 의지보다 더 큰 흐름 속에 놓인 삶의 상태를 암시한다. 또한 이카로스의 신화는 이 시의 사유를 우주적 차원으로 확장한다. 또한 심해와 미지와 블랙홀로 이어지는 낙하는 확장된 세계 인식의 또 다른 방향을 제시한다. 이는 상승과 추락의 이분법을 해체하고, 인간 인식이 끊임없이 경계를 넘나드는 운동임을 암시하는 시인의 상상력이 매우 놀랍다. 등단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독자들의 사랑을 많이 받고 대성을 기대한다.
심사위원 합평
한상희 시인의 <이미 데워진 것은> <심장의 자리>
날카로운 관찰력과 은유
한상희 시인의 <이미 데워진 것은>은 이 작품은 ‘요리’라는 일상적 행위를 매개로 한 사유시다. 시는 처음부터 관계를 기술이나 습득 가능한 방법으로 이해하려 했던 화자의 초기 인식을 제시하며, 그것이 얼마나 쉽게 타자의 고유성을 훼손하는 방향으로 기울 수 있는지를 점진적으로 드러낸다. 요리를 배운다는 발상은 관계를 이해하고자 하는 선의에서 출발하지만, 시는 그 선의가 개입과 조작으로 전환되는 순간을 날카롭게 포착한다. 이 시의 미학적 성취는 결단의 방식에 있다. 화자는 ‘누군가를 요리하지 않으려 한다’라고 말하면서도 그 말조차 몸에 밴 동작처럼 되돌아온다고 고백한다. 또한 시에서 제기되는 ‘본래의 맛이 살아 있다는 말은 정말 가능한 말일까’라는 질문은 이 시의 사유를 존재론적 차원으로 확장한다. 이미 한 번 데워진 것은 완전한 생으로 돌아갈 수 없고, 그렇다고 완성된 요리도 아니다. 시인은 불을 끄는 행위를 보여주며 개입을 멈춘 이후에도 관계의 흔적과 책임이 지속됨을 조용히 인정하는 결말을 보여주며, 독자로 하여금 많은 사유를 일으킨다.
<심장의 자리>는 상실과 기억의 문제를 사물의 기능적 전환을 통해 사유하는 시이다. 틀니라는 구체적 대상은 생물학적 기능을 대신하는 보철물이지만, 시 속에서는 점차 생명의 은유로 이동한다. 화자는 틀니의 분실이라는 사건을 통해 기억과 신체, 돌봄의 관계를 새롭게 인식하게 된다. 좁은 공간에서의 탐색은 단순한 물리적 행위처럼 보이지만, 이는 기억을 잃어가는 존재를 이해하려는 시도의 축소판으로 읽힌다. 이 지점에서 틀니는 기능적 사물을 넘어 ‘어머니의 심장’이라는 개념적 위치를 획득한다. 이는 은유의 과잉이 아니라 돌봄의 현실에서 비롯된 인식 전환이다. 화자는 매일 틀니를 씻고 손바닥에 얹는 행위를 통해 생명을 유지하는 의례를 수행한다. 여기서 심장은 박동의 기관이 아니라 지속을 책임지는 대상이며, 기도는 종교적 행위라기보다 책임의 언어에 가깝다. 기억 상실을 비극적으로 과장하지 않으며, 돌봄의 행위를 통해 삶의 지속 가능성을 사유한다. 생명의 중심이 신체 내부가 아니라 관계와 손길 속에 자리할 수 있음을 조용히 증명하는 아름다운 작품이다. 등단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독자들의 사랑을 많이 받고 대성을 기대한다.
심사위원 합평
<시조 부문>
박하운 시인의 <장대비의 세수> <징검다리 이끼>
미학적 긴장의 형성과 감각 범위의 확장
박하운 시인의 <장대비의 세수>는 자연 현상을 정화의 은유로 호출하면서도 그 과정을 미화하거나 관념화하지 않고 물리적 충돌의 장면으로 제시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특히“홍두깨 춤”은 단순한 의인화가 아니라 반복적 타격과 마찰의 이미지를 내포한다. 홍두깨는 세탁과 다듬기의 도구로서 씻김과 정돈의 기능을 동시에 수행한다. 이 사물의 호출은 시조가 본래 지닌 생활 기반 서정의 계보를 환기시키며, 자연의 작용을 인간의 노동 리듬과 접속시키는 역할을 한다. 또한“순백빛으로 솟네”라는 표현은 정화 이후의 세계를 상승 이미지로 마무리하지만, 완전한 회복이나 종결의 선언으로까지 나아가지는 않는다. 이 절제된 결말은 파괴와 정화가 공존하는 상태를 유지하며, 시조 특유의 여운을 형성한다.
<징검다리 이끼>는 자연을 통한 도덕적 교훈이나 심정의 고양으로 귀결되지 않으며, 힘의 작용과 그 이후의 상태를 병치함으로써 현대 시조가 감당할 수 있는 감각의 범위를 확장한다. 이 시조의 핵심 사유가 응축된 부분이 부분은‘비린 것 뭉쳐내어 깊은 곳에 수장’한다는 시어이다. 기억을 제거하는 행위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억압과 봉인의 과정에 가깝다. 이는 시조가 보여주는 심리적이고 내면화된 시선이다. 이 작품은 시조의 3단 구조를 충실히 따르면서도 정서의 해소보다는 응어리의 지속을 선택한다는 점에서 현대 시조의 문제의식을 잘 보여준다. 이를 통해 이 시조의 미학적 긴장을 형성한다. 등단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독자들의 사랑을 많이 받고 대성을 기대한다.
심사위원 합평
<수필 부문>
김분자 작가의 <신은 공평했다>
비극적 상황을 절제된 언어와 밀도 높은 이미지로 풀어내며 개인적 체험을 보편적 사유로 확장한 글이다.
이 글은 아버지의 죽음과 아이의 탄생이라는 삶의 양극을 한 서사 안에 포개며, 인간 존재의 아이러니와 숭고함을 깊이 있게 성찰한 수필이다. 서두의 전화 한 통은 절제된 문장 속에 응축된 비극으로 독자를 즉각 끌어들이며, 과장 없는 비유와 감각적인 묘사가 강한 몰입을 만든다. 감정을 직접적으로 토로하기보다 상황과 이미지로 드러내는 방식은 글 전체에 품격 있는 슬픔을 부여한다.
임종을 지키지 못한 딸의 죄책감과 병상에서 생명을 지켜야 했던 산모의 공포가 교차하는 지점에서, 이 글은 개인적 고통을 넘어 삶의 본질을 사유하는 자리로 나아간다. 아버지의 성품과 일상의 기억, 특히 ‘노래’라는 매개를 통해 드러난 흥과 한은 한 인간의 삶을 입체적으로 복원하며, 독자에게 따뜻한 여운을 남긴다. 소소한 가족의 에피소드들은 애틋함을 더하며 서사의 정서적 중심을 단단히 지탱한다.
후반부에서 ‘방랑시인 김삿갓’의 상징은 아버지의 삶과 인간 일반의 운명으로 확장되며 글의 사유를 깊게 한다. 남루한 두루마기와 삿갓을 삶의 태도로 해석한 대목은 다소 밀도가 높지만, 앞선 서사가 충분한 정서적 기반을 마련해 설득력을 잃지 않는다. 결국 이 글은 애도의 기록을 넘어, 상실을 통해 성숙해진 한 딸의 삶의 선언으로 귀결된다. 아버지를 닮아 살아가고자 하는 다짐은 이 수필을 현재진행형의 이야기로 완성시키며, 깊은 울림을 남긴다.
등단을 축하하며 한국 문단에서 사랑받는 작가로 대성하길 바란다.
심사위원 합평
<소설 부문>
윤명자 「그날이후」
윤명자 작가의 소설 「그날이후」 는 실연의 상처를 안고 눈길을 걷던 향숙이 트럭 운전수 경수를 만나며 시작된다. 경수는 그녀를 온양의 '홍성식당'으로 데려가고, 향숙은 그곳에서 '나영'이라는 가명으로 머물며 식당 일을 돕게 된다.
식당 주인인 홍성댁과 가족처럼 지내면서도 향숙의 마음 한구석에는 과거의 연인 영성에 대한 기억이 남아 있고 오해와 소통의 부재로 영성과 헤어졌던 그녀는 편지를 통해 진심을 전하려 하지만, 또 다른 오해로 인해 결국 영성과는 완전히 어긋나고 만다.
방황하던 향숙이 종교(기독교)를 통해 마음의 평안을 얻고 고향으로 돌아가게 되는데, 잠시 옛 연인에게 흔들렸던 경수는 다시 향숙을 찾아와 진심 어린 청혼을 하게 된다. 향숙은 경수의 따뜻한 진심을 받아들여 결혼하게 되는데, 이후 자신의 사촌 동생 명주와 고향 선배 석주의 만남을 주선한다. 소설은 결혼한 두 커플이 홍성식당에서 재회하여 웃음꽃을 피우며, 새로운 생명의 탄생(명주의 임신)을 축하하는 희망적인 결말로 마무리되고 있다.
총 평
「그날 이후」는 한 여성의 상처 이후의 삶을 차분하면서도 집요하게 따라가는 작품으로서 연애의 실패, 가족과 공동체의 시선, 종교적 위안과 좌절, 그리고 다시 삶을 선택하는 과정이 생활 밀착형 서사로 설득력 있게 펼쳐진다. 또한 이 작품은 생생한 현장감과 70~80년대로 추정되는 시대적 배경과 향토색 짙은 충청도, 경기도 일대의 방언을 아주 실감 나게 구사하고 있다. 특히 '갈치국', '알타리 김치' 등 음식에 대한 묘사와 식당 안의 풍경은 독자로 하여금 그 시절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힘이 있다고 보여진다.
이 소설의 가장 큰 장점은 인물의 진정성이다. 향숙은 피해자나 순결한 주체로만 그려지지 않는다. 욕설을 내뱉고, 술에 기대고, 흔들리며, 때로는 오해를 낳는 선택을 하기도 하는 입체적 인물이다. 이러한 결점이 오히려 인물을 살아 있게 만든다. 경수 또한 구원자로 과장되지 않고, 현실적이고 불완전한 남성상으로 균형 있게 자리한다.
작품 전반에 흐르는 사투리와 생활 언어는 인물과 공간을 생생하게 살려내며, 홍성식당이라는 공간은 혈연을 넘어선 가족 공동체의 상징으로 기능한다. 특히 밥, 김치, 술, 장터, 교회 같은 일상적 소재들이 반복되며 정서적 리듬을 형성하는 점이 인상적이다.
다만 서사가 매우 풍부한 만큼, 일부 대목에서는 회상과 에피소드가 과잉되어 중심 갈등이 흐려지는 인상을 준다. 영성과의 관계 서술이 다소 장황해 독자의 집중력이 분산될 수 있으며, 중후반부의 교회 관련 에피소드는 압축이 가능해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은 중년 여성의 삶과 감정, 그리고 재출발의 가능성을 진솔하게 포착한 좋은 작품으로 평가할 만하다. 극적인 사건보다 삶의 결을 따라가는 서사가 지닌 힘을 보여주며, “그날 이후에도 삶은 계속된다”는 조용하지만 단단한 메시지를 남긴다.
인물과 생활의 밀도가 높고, 여성 서사의 진정성이 돋보이는 작품. 약간의 구조적 정리가 이루어진다면 더욱 완성도 높은 장편 혹은 중편으로 확장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더욱 정진하셔서 시대를 아우르는 좋은 소설가로 대성해 주기 바란다.
심사위원 합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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