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선작&심사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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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문학고을 계간지 상반기 신인문학상 수상 등단 당선 심사평 제 83회 2차 공모 (엘리트 문단의 산실/ 등단의 길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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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3-16 18:2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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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문학고을 계간지 상반기 신인문학상 수상 등단 당선 심사평 제 83회 2차 공모
(엘리트 문단의 산실/ 등단의 길잡이)

(시 부문)

김동수 시인의 <하늘 한 조각> <숨은 향기>

인식의 해체와 감각적 표현

김동수 시인의 <하늘 한 조각>은 시각이라는 감각을 통해 세계를 인식하는, 그 한계를 자각하는 순간 도달하는 상태를 압축적으로 형상화한 작품이다. 짧은 언어와 단절된 행 구성, 그리고 설명을 최소화한 이미지 중심 서술은 깊은 사유와 서구 모더니즘의 인식 회의가 결합된 형태를 보여준다. 처음 시작은 시각적 심상을 보여주지만 그러나 헛것을 보았다라는 전제로 시의 정서를 전환하는 부분이 새롭다. 여기서 보는 행위는 단순한 감각 작용이 아니라 해석과 구성의 과정이다. 이는 근대 이후 철학에서 반복되어 온 인식론적 문제와 연결된다. 특히 칸트 이후의 철학은 인간이 사물을 있는 그대로 인식하지 않고 자신의 인식 틀을 통해 구성된 현상만을 경험한다고 보았다. “지금껏 / 헛것을 보았다”라는 시인의 고백은 깨달음의 순간으로 철학적 울림을 함께 맞이한다. 이러한 시적 태도는 특히 김춘수의 존재론적 시와 비교할 수 있다. 김춘수가 사물의 이름을 부르는 행위를 통해 존재의 본질을 묻는다면 이 작품은 시각적 감각을 초월하며 존재의 실체를 묻는다. 김동수 시인의 시는 현대 인식론적 회의가 결합된 사유 중심의 작품이라는 점에서 높은 문예사조적 의미를 지닌다.

<숨은 향기>는 후각과 호흡이라는 감각을 중심으로 세계와의 합일을 경험하는 과정을 감각으로 전이해 존재를 드러내는 작품이다. 이는 서구 근대 이후 지배적이었던 시각 중심주의에 대한 반전으로 읽을 수 있다. 현상학자 Maurice Merleau-Ponty는 인간의 인식이 하나의 감각에 의해 완성되지 않고 몸 전체의 경험 속에서 이루어진다고 보았다. 이 시 역시 후각을 통해 세계에 더 가까이 닿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거친 숨길 따라 / 코가 먼저 내달린다”라는 구절에서 호흡은 단순한 생리 작용으로 보지 않고 세계와 연결되는 통로가 된다. 숨을 들이마신다는 것은 외부를 내부로 받아들이는 행위이며, 동시에 자아와 세계의 경계가 흐려지는 순간이다. “地, 水, 火, 風 / 온 세상이 / 코끝으로 스며든다”의 시어에서 보여주는 지·수·화·풍은 철학에서 세계를 구성하는 근원 요소다. 이 네 가지가 코끝으로 스며든다는 표현을 통해 김동수 시인은 조금 더 감각의 본질에 다가간다. 감각을 통해 존재의 경계를 비우는 표현이 매우 탁월한 작품이다. 등단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독자들의 사랑을 많이 받고 대성을 기대한다.

심사위원 합평

김형구 시인의 <몽당연필> <새벽 고깃배>

사물에 대한 다양한 인식과 생생한 묘사

김형구 시인의 <몽당연필>은 사물을 통해 시간의 축적과 삶의 수정 불가능성을 드러내는 작품이다. 일상적 이미지 속에서 존재의 변화를 성찰하는 서정이 매우 뛰어난 이 작품은 ‘고칠 수 있다고 믿었던 시간’과 ‘고칠 수 없게 된 시간’ 사이의 간극을 조용히 드러낸다. 여기에서 몽당연필은 사용된 시간의 축적을 보여주는 물건이다. 특히 ‘지우개보다 먼저 닳아 있다’라는 표현을 통해 이 시의 핵심 상징을 형성한다. 베르그송의 시간 개념처럼 인간의 삶은 되돌릴 수 없는 지속이며, 한 번 지나간 경험은 다시 같은 형태로 반복되지 않는다. 이러한 김형구 시인의 사유는 한국 현대 서정시 가운데 사물의 상징을 통해 존재를 성찰하는 계열과 연결된다. 특히 정호승 시인의 시처럼 일상의 사물을 통해 인간의 삶을 돌아보는 방식과 닮아있으며, 일본의 시인 다니카와 슌타로의 작품처럼 단순한 언어로 깊은 존재 인식을 드러내는 미니멀한 서정의 특징도 보인다. 또한 이러한 방식은 현대시가 지향해 온 절제의 미학과 일치한다. 감정을 직접 말하지 않고 사물을 통해 드러내는 방식이 설득력을 높이고 있는 작품이다.

<새벽 고깃배>는 바다의 풍경을 통해 인간 존재와 삶을 드러내는 작품이다. 감상적 서술을 피하고 새벽 출항의 장면을 담담하게 제시함으로써 삶의 거칠고 묵묵한 지속을 드러내고 있는 이 작품은 지속적인 삶의 생명성이 풍경을 통해 그려진다. 특히 “바다는 / 비린 그물을 / 품는다”라는 시어는 매우 강한 여운을 남긴다. 돌아올 것을 약속하지 않는 배를 타고 파도를 밀며 가르는 그 바다. 그 바다가 품는 비린 그물을 통해 시인이 보는 삶의 밀도와 깊은 사유를 엿볼 수 있다. 이러한 시적 태도는 한국 현대 시 가운데 신경림의 농촌 서정이 떠오른다. 그러나 신경림 시인이 민중의 삶을 서정적으로 기록했다면, 이 작품은 훨씬 더 절제된 언어를 보여주며 담담한 관찰을 담아낸다. 형식적으로도 짧은 행과 건조한 문장은 감정의 과잉을 피하고 현실의 질감을 그대로 유지하는 부분이 매우 새롭다. 김형구 시인의 등단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독자들의 사랑을 많이 받고 대성을 기대한다.

심사위원 합평

김정미 시인의 <한가위> <죽녹원에서>

민속적 서정의 현대적 변용과 서정적 사유

김정미 시인의 <한가위>는 따뜻한 상상력과 민속적 서정의 현대적 변용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달이라는 전통적 상징을 매개로 공간의 분리와 정서의 연결을 동시에 드러내는 작품으로 민속적 정서와 현대적 일상을 결합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시어“밴드 묶인 초등 동창 / 달 찍어 올린 탓에”를 통해 디지털 매개를 통한 현대적 장치를 보여주지만, 달을 의인화하여 서로 다른 지역의 달이 관계를 맺는 장면으로 보여주는 부분이 매우 의미있게 다가온다. 달은 원래 하나이지만, 인간의 위치에 따라 다른 달처럼 보인다. 이 장면은 공간적으로 떨어져 있는 사람들을 하나로 묶는 상징으로 기능한다. 이러한 시적 태도는 토속성과 공동체 정서를 포함한다. 그러나 이 작품은 명절과 달이라는 상징을 김정미 시인만의 정서로 연결시킨다. 또한 형식적으로 이 시는 구어체와 리듬을 살린 문장을 사용하며, 이야기하듯 이어지는 서술 구조를 가진다. 이러한 방식은 민요적 리듬과도 닮아있으며, 이는 독자에게 친근한 정서를 전달하는 작품성을 가진다.

<죽녹원에서>는 담양 죽녹원을 배경으로 인간의 사연과 자연의 시간을 겹쳐 놓으며, 삶의 다양한 감정을 포용하는 자연의 이미지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자연을 단순한 배경으로 두지 않고 인간의 기억과 감정을 받아들이는 존재로 형상화한다는 점에서 동양적 자연관과 깊이 연결된다. “사람들이 쏟아내는 무수한 사연들을 / 마디마디 쌓아올려 숲을 이루고”라는 시어는 이 작품의 핵심 비유다. 대나무의 마디는 인간의 시간과 경험을 상징한다. 또한“한여름 담양 숲 작은 마디 하나 / 또 다른 사랑으로 자리 잡는다”를 통해 삶이 계속 이어진다는 인식을 보여준다. 마디는 끝이 아니라 다음 성장을 위한 구분이다. 인간의 경험도 마찬가지로 하나의 감정이 끝나면 또 다른 감정으로 이어진다. 이러한 시적 태도는 자연 속에서 존재의 의미를 찾는 서정시 계열과 연결된다. 형식적으로 이 시는 이야기하듯 이어지는 서술 구조를 가지면서도 각 행마다 상징을 배치하여 의미를 확장한다. 김정미 시인의 과장된 감정 표현 없이 자연의 이미지를 통해 정서를 전달하는 방식은 이를 통해 자칫 무거운 주제를 독자들이 편안하게 느낄 수 있게 한다. 등단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독자들의 사랑을 많이 받고 대성을 기대한다.

심사위원 합평

박영 시인의 <동백꽃 앞에서> <겨울 마당>

침묵의 아름다움과 회상의 언어

박영 시인의 <동백꽃 앞에서>는 자연 속 한 장면을 통해 존재의 태도를 성찰하는 작품이다, 또한 동양적 정적 미학과 한국 현대 서정시의 존재 성찰 계열과 깊이 연결되는 작품이다. “흰 바람 스미는 바닷가 언덕 / 파도 소리마저 낮게 잠들었네”라는 시어를 통해 바람과 파도는 움직이는 자연이지만, ‘잠들었다’는 표현을 통해 정지된 시간의 분위기가 만들어진다. 이 정적(靜寂)의 분위기는 이후 등장하는 동백꽃의 상징을 받아들이기 위한 공간을 마련한다. 동양적 미학에서 고요는 단순한 침묵과 동시에 사유가 깊어지는 상태를 의미한다. 무엇보다 작품을 읽으며 느껴지는 여리고 강한 서정이 동양화와 닮았다. 그 서정은 동백의 자세 때문인데 시에서 동백은 타인을 위해 피는 꽃이 아니고 스스로의 존재를 위해 피는 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인식은 실존주의적 사유와도 연결된다. 특히 Albert Camus가 말한 것처럼 인간은 부조리한 세계 속에서도 스스로 의미를 만들어야 하는 존재다. 이 시의 동백 역시 아무도 보지 않는 자리에서 자신을 밝히고 있다. 특히 “지는 법을 알면서도 / 고요히 피어 있는 마음”은 너무 아름다운 시어다. 박영 시인은 동백꽃이라는 상징을 통해 유한한 삶 속에서도 고요히 자신을 밝히는 존재의 태도를 드러낸 서정을 담담히 보여준다.

<겨울 마당>은 어린 시절의 생활 풍경을 통한 서정과 리얼리즘을 개인의 기억을 통해 설득력 있게 전달하는 작품이다. “눈 쌓인 마당 끝 / 낡은 새끼줄에 / 시래기가 길게 매달려 있다”라는 사실적인 묘사로 시작하는 이 작품은‘매달려 있다’라는 시어의 반복을 통해 시인의 정서를 전달한다. 특히 “된장국 속에서 천천히 풀어지던 / 검은 인맥 사이로 / 어머니의 하루가 녹아들었다”라는 시어는 매우 뛰어난 상징이다. 국 속의 시래기는 말없이 삶은 무청을 걸어 둔 엄마의 결과물이며, 그 속에 어머니의 하루라는 삶이 들어 있다. 이것은 화자에게 보내주는 따뜻함으로 전해진다. 그 따뜻함을 잊지 않고 “끝내 떨어지지 않으려 / 하늘에 매달려 있던 것들처럼

 / 나 또한 / 그리움에 매달린 채”로 존재하는 화자의 모습은 매우 깊은 울림을 준다. 사물 → 기억 → 현재 → 성찰이라는 구조의 안정성을 보여주는 이 작품은 뜻밖에 만난 선물처럼 매우 아름다운 이야기를 우리에게 보여줬다. 등단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독자들의 사랑을 많이 받고 대성을 기대한다.

심사위원 합평

장수호 시인의 <어떤 약> <할미꽃>

치유의 언어 그리고 기억의 향기

장수호 시인의 <어떤 약>은 회한의 서사와 치유의 언어, 서정 산문시의 진정성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꿈이라는 매개를 통해 과거의 관계를 다시 성찰하고 후회와 화해의 감정을 진솔하게 드러내는 부분이 매우 매력적이다. 이 작품은 극적인 사건보다 내면의 변화에 중심을 두며, 고백의 형식을 통해 인간관계의 본질을 돌아보게 한다는 점이 매우 뛰어나다. 이 글의 중심 상징은 제목에 제시된 ‘약’이다. 작품 속에서 약은 실제 병을 치료하는 약의 기능보다 서로를 이해하지 못했던 시간에 대한 치유의 은유로 작용한다. 이처럼 사소한 말 한마디가 내면의 성찰로 이어지는 구조는 독자들로 하여금 감동을 주고 있다. 특히 이 작품의 미덕은 감정을 과장하지 않고 후회를 담담한 어조로 풀어낸 데 있다. 특히 꿈이라는 공간을 통해 억눌린 감정이 드러나고 꿈속에서 아내가 화자의 아픔을 이해하고 같은 약을 먹겠다고 말하는 장면은 현실에서 이루지 못했던 공감이 이루어지는 순간이다. 이러한 설정은 심리적 사실성을 지니며, 인간의 무의식이 진실을 드러낸다는 점에서 프로이트적 해석도 가능하다. 특히“괜한 세월 힘들게 한 것 같아 미안하오”라는 시어는 특별한 수식 없이도 강한 진정성을 갖는다. 이처럼 직접적인 고백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는 앞부분에서 충분히 시간의 거리와 감정의 누적이 제시되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런 꿈을 꾸었다는 장수호 시인은 이 작품을 통해 다시 아내와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되었다는 사실을 전했다. 문학이기전에 깨진 거울을 다시 붙여 준 약이 되었다는 시인의 진정성이 절절한 작품이다. 후회와 화해라는 보편적 경험을 진솔한 언어로 풀어낸 이 작품은 진정성으로 설득하는 시인의 고백이었다.

<할미꽃>은 기억의 향기와 죽음 이후의 존재를 부르는 서정을 보여준다. 할머니의 죽음을 계기로 떠오르는 기억과 그리움을 자연의 이미지와 겹쳐 표현한 서정시로 ‘자연을 통한 기억의 환기’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특히 할미꽃이라는 상징을 통해 죽음과 생명의 연결을 동시에 드러낸다는 점이 뛰어나다. 시는 꽃이라는 사물의 제시로 시작하며, “무릎보다 낮은 곳에서 / 머리를 살랑이며 나를 부른다.”라는 시어를 통해 할머니의 존재를 대신하는 상징으로 변한다. 낮게 고개를 숙인 꽃의 모습은 늙은 사람의 등을 떠올리게 한다. 이 시는 직접적으로 할머니를 묘사하지 않고 꽃의 형상으로 기억을 불러낸다. 특히 “굽은 흰 등에서 향기가 난다. / 분명 할머니의 향기다.”라는 표현은 매우 시인의 감각적인 재능을 엿볼 수 있다. 시각적 이미지가 후각적 기억으로 바뀌면서 과거의 시간이 현재로 되살아난다. 향기는 기억을 가장 강하게 불러오는 감각이다. 이 작품은 자연의 형상을 통해 죽은 이를 기억하고, 그리움을 현재의 감정으로 되살린 서정시이다. 이렇게 <할미꽃>은 상징과 화자의 개인적 기억이 결합 된 작품으로 그리움의 향기가 진한 진정성을 다시 보여준다. 등단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독자들의 사랑을 많이 받고 대성을 기대한다.

심사위원 합평

전춘영 시인의 <거리의 노래> <우물>

존재론적 사고와 뛰어난 상징

전춘영 시인의 <거리의 노래>는 존재의 고통과 실존적 결의를 보여주며, 특히 살아간다는 화자의 삶을 긴장감 있게 표현하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일상의 체념에서 출발하지만, 점차 시대를 견디는 인간의 존재 방식으로 시선을 확장하며, 실존적 긴장과 화자의 의식을 강하게 드러낸다. 오늘 살아내기도 어렵다고 느끼는 화자는 “한 시대를 살아내기도 하고 / 하물며 / 시대를 거슬러 살아내기도 하는 / 사람들의 / 노래를 듣는다”라며 시의 시야를 넓힌다. 또한 여기서 ‘노래’를 시대를 견디며 살아온 사람들의 삶 자체를 의미하는 상징으로 보여주며 전춘영 시인의 시적 능력을 보여준다. 특히 이 시에서 주목할 부분은 ‘살아간다’가 아니라 ‘살아낸다’라는 표현이다. 또한 살아낸다는 말에 견딤, 저항, 지속의 의미를 포함하며, 실존주의적 언어로 격상한다. 시에서의 상징 또한 매우 밀도 있게 만든 이 작품에서 뼈와 나이테에 주목했다. 삶이 외부에서 주어지는 것으로 보지 않고 자기 몸을 깎아 만들어 가듯 나이테 역시 나무가 스스로의 시간을 몸 안에 새겨 넣는 흔적이다. 이러한 두 개의 상징화를 통해 시인의 저력을 보여주고 있는 이 작품은 시대를 견디는 인간의 내면을 응시한며, 실존적 긴장과 의식을 동시에 담고 있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우물> 또한 존재의 바닥을 향한 하강적 이미지를 담은 실존적 성찰의 시학을 보여준다. 이 작품은 외부의 사건을 서술하지 않고 오직 내면의 깊이로 내려가는 과정 자체를 시의 내용으로 삼는다. “부끄러움을 향해 내달리던 / 걸음 끝에 만나지는 /

비로소 멈추게 만드는 / 작은 돌부리”에서 시인은 무언가를 향해 달려가던 걸음이 멈추는 순간에 집중시킨다. 돌부리는 사소한 장애물이지만, 부름과 계명과 같은 강제가 아니라 내면에서 들리는 소리이다. 넘어가도 아무도 모를 수 있지만, 스스로는 알게 되는 순간이다. 특히 우물은 제목에서만 등장하지만, 시 전체가 우물로 내려가는 과정이다. 우물은 깊이, 내면, 근원, 그리고 자기 인식을 상징하며, 존재의 바닥은 타인이 설명해 줄 수 없는 자리이며, 오직 자기 자신을 통과해야만 도달할 수 있는 곳이다. 이렇게 이 작품은 인간이 자신의 내면 깊이에서 마주하는 자각과 존재의 근원을 탐구한 시이며, 짧지만 밀도 높은 언어로 존재의 깊이를 드러낸 점에서 전춘영 시인의 뛰어난 작품성을 보여준다. 등단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독자들의 사랑을 많이 받고 대성을 기대한다.

심사위원 합평

정갑성 시인의 <춘분과 곡우 사이> <반송을 만지는 사람>

뛰어난 관찰력과 시선 그리고 사유

정갑성 시인의 <춘분과 곡우 사이>는 시간의 미세한 결을 바라보는 시선이 매우 뛰어난 작품이다. 계절의 변화를 관찰하는 짧은 장면을 통해 시간의 흐름과 존재의 순서를 사유하는 예사롭지 않은 관찰력과 사유를 보여준다. 이 작품은 자연의 미묘한 변화에 시선을 오래 머무르게 하면서 존재가 형성되는 과정의 질서를 드러낸다. “아직 땅은 다 풀리지 않았다. / 잡풀은 먼저 올라오고 / 꽃은 그 옆에서 / 한 박자 늦다.”라는 시간적 순서에 따른 현상을 묘사하며 봄이 왔지만 완전히 온 것이 아니며, 생명은 동시에 피어나지 않는다. 잡풀이 먼저 올라오고 꽃이 늦게 핀다는 관찰은 자연의 질서를 보여주면서 동시에 삶의 속도가 서로 다르다는 인식을 보여준다. 또한 정갑성 시인은 “먼저 흔들리는 것이 있고 / 나중에 오는 것이 있다.”라는 시 전체를 하나의 사유로 묶는데 이는 시인의 시적 구성력을 보여준다. 자연의 현상을 시간에 따라 사유하며, 절제된 언어 속에서 존재의 순서를 드러내는 이 작품은 시인이 바라보는 철학적 세상을 통해 독자는 깊은 울림을 받는다.

<반송을 만지는 사람>에서도 시인의 뛰어난 관찰력과 하나의 깊은 울림을 주는 부분이 매력적이다. 다듬어지는 나무의 모습을 통해 인간의 삶과 형성이 어떻게 이루어지는가를 사유하는 이 작품은 자연이 인간의 손에 의해 변형되는 자연을 통해 존재의 형성과 품격의 의미를 탐구한다. “굽히고 / 돌리고 / 멈추게 하며 / 천천히 /

형태를 배운다.”라는 표현은 형성이 고통을 통해 이루어진다는 인식을 보여준다. 형태를 배운다는 시어는 단순한 성장보다 깊은 의미를 가진다. 이렇게 존재는 저절로 완성되지 않는다는 시인의 아포리즘을 보여준다. “사람이 만든 상처가 / 결국 / 나무의 품격이 된다”라는 표현으로 시적 사유가 하나로 통일되며 상처라는 상징이 빛난다. 여기서 상처는 형성의 조건이 되며 시간이 쌓이며 의미가 만들어지는 가치를 만든다. 이 작품은 나무의 형상에 빗대어 사유한 시인의 철학적 깊이를 보여준다. 정원과 숲에서의 다른 환경을 제시하고 정원에서의 품격이 된 상처를 여러 가지 의미로 해석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둔 정갑성 시인의 관찰력이 매우 뛰어나다. 등단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독자들의 사랑을 많이 받고 대성을 기대한다.

심사위원 합평

<디카시 부문>

고창근 시인의 <공(空)>〈뿌리〉

<공(空)>은 비어 있음과 생명의 지속이라는 역설적 이미지를 통해 디카시의 미학적 가능성을 보여준 작품이다. 사진 속 고목은 내부가 비어 있는 듯 보이지만, 위로 뻗어 오른 가지와 푸른 잎은 여전히 살아 있는 생명의 흐름을 드러낸다. 공허와 충만이 동시에 존재하는 이 장면은 자연의 시간성과 생명의 순환을 상징적으로 환기한다.

작품의 언어는 이러한 이미지를 설명하려 하지 않고 절제된 시적 언술로 의미를 열어 둔다. “남은 숨결이 있다 / 스러진 자리에서 / 다시 돋아날 / 초록 한 점”이라는 구절은 소멸 이후에도 이어지는 생명의 기운을 응축된 언어로 드러내며 사진이 지닌 상징성을 더욱 확장시킨다. 특히 ‘초록 한 점’이라는 표현은 거대한 자연의 시간 속에서 다시 태어나는 생명의 가능성을 상징적으로 포착한다.

디카시는 이미지와 언어가 만나는 순간의 긴장에서 새로운 의미가 생성되는 장르다.
<공(空)>은 비어 있는 몸체와 살아 있는 잎사귀의 대비를 통해 공(空)과 생명의 역동적 관계를 드러내며, 사진과 언어가 서로의 의미를 확장시키는 디카시적 성취를 보여준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뿌리>는 삶의 무게 속에서도 꺾이지 않는 존재의 근원을 이미지와 시적 언술로 담아낸 작품이다. 사진 속 굽은 소나무 줄기는 바위 위에 몸을 기대듯 휘어 있지만, 그 위에 조심스럽게 쌓인 작은 돌탑들은 또 다른 균형을 이루며 서 있다. 자연의 거친 시간 위에 인간의 손길이 더해진 이 장면은 버팀과 기원의 의미를 함께 떠올리게 한다.

작품의 언어는 이러한 이미지를 단순하고 절제된 방식으로 응축한다. “삶의 무게에 / 몸을 눕혀도 / 끝내 / 꺾이지 않는다”라는 구절은 휘어진 나무의 형상을 삶의 은유로 확장시키며, 흔들리지만 쓰러지지 않는 존재의 의지를 드러낸다. 특히 ‘몸을 눕혀도’라는 표현은 굴복이 아니라 견디는 삶의 태도를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디카시는 이미지와 언어가 서로를 비추며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내는 장르다. 이 작품은 휘어진 나무와 그 위의 돌탑이 만들어내는 시각적 긴장 속에서 삶의 근원적 힘을 읽어내며 자연의 형상과 인간의 사유가 조화를 이루는 디카시적 성취를 보여준다.

고창근시인의  <공(空)>〈뿌리>는  사진이 지닌 상징성과 시적 언술의 응축이 조화를 이루며 자연의 형상 속에서 삶과 존재에 대한 사유를 이끌어낸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두 작품은 이미지와 시적언술이 서로의 의미를 확장시키며 독자의 사유를 열어 둔다는 점에서 디카시가 지닌 장르적 미학을 충실히 보여준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이번 당선을 통해 디카시 문단에 새로운 목소리가 더해지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 고창근 시인의 등단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앞으로도 이미지와 시적 언술의 긴장을 바탕으로 더욱 깊은 사유와 새로운 디카시의 가능성을 펼쳐 나가기를 기대한다.

심사위원 합평

(수필 부문)

김계이 수필가의 <삼국지 별곡>

장면의 탁월한 선택과 밀도 있는 문장력

김계이 수필가의 <삼국지 별곡>은 개인의 경험에서 출발해 가족사와 전쟁 기억으로 확장되는 구조를 취한다. 출발점은 어린 시절의 호기심이다. 그러나 서술은 향수에 머물지 않는다. 책을 훔쳐 읽던 경험으로 이어진 장남이라는 위치와 전쟁이라는 현실로 확장한다. 텍스트는 기억의 나열을 넘어 삶의 시간들이 어떻게 서로를 호출하는지 보여준다.

 작품의 중심에는 삼국지라는 고전이 놓여 있다. 하지만 이 글은 고전을 해설하려 하지 않는다. 오히려 고전을 통해 현실을 비춘다. 이러한 부분이 수필가로서의 뛰어난 구성력을 보여주고 있다. 어린 화자에게 삼국지는 복숭아꽃이 피는 별천지의 이야기였다. 그러나 성장 이후 삼국지는 파병과 전사 통지서가 오가던 시대의 그림자로 바뀐다. 상상 속 전쟁과 실제 전쟁 사이의 간극이 서사의 긴장을 만든다. 이 지점에서 텍스트는 기억의 서정과 역사적 체험을 한 자리에서 맞부딪치게 한다.

이 글에서 가장 두드러진 언어력은 감정의 과장을 피하면서도 정서를 깊게 밀어 넣는 데 있다. 큰오빠의 방을 드나들던 장면의 회상을 통해 금지된 세계를 엿보던 어린 시선과 동시에 언어의 세계가 처음 만나는 순간을 작가는 만들어 낸다. 이러한 서술 방식은 발터 벤야민이 말한 기억의 이미지 개념을 떠올리게 한다. 벤야민에게 기억은 연속된 시간을 넘어서 불현듯 떠오르는 장면들의 집합이다. 이 수필 역시 몇 개의 장면을 반복해 호출하면서 의미를 형성하는 특징을 보여준다.

 언어 사용 또한 주목할 만하다. 작가는 설명을 길게 늘이지 않고 어린 시절의 말투와 현재의 사유가 한 문장 안에서 교차한다. 이는 언어가 사고를 규정한다는 사피르와 워프의 가설을 떠올리게 한다. 어린 시절에 접한 문장과 시구가 이후의 세계 인식에 남아 있다는 점에서 이 글은 언어 경험이 인간의 내면 구조를 형성한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증명한다.

 특히 후반부에서 전쟁의 기억이 등장하는 대목은 이 작품을 단순한 성장 회고에서 끌어올린다. 삼국지 속 전쟁은 이야기였으나 월남전은 가족의 현실이었다. 전사 통지서와 울음소리라는 구체적 장면이 들어오는 순간 텍스트의 공기가 달라진다. 이 변화는 과장 없이 이루어진다. 설명을 줄이고 장면을 남겨두는 방식이 오히려 더 큰 울림을 만든다.

또한 매우 수필에서의 가장 중요한 인물인 장남이라는 존재를 바라보는 시선이 매우 사실적인 부분도 공감적인 부분이다. 화자는 오빠를 영웅으로 그리지 않는다. 책임을 짊어진 한 인간으로 바라본다. 이 시선에는 연민도 있으며 이해도 있다. 감정이 한 방향으로 기울지 않는 점이 이 글을 성숙하게 만든다.

 마지막 문장에서 제시되는 질문 또한 효과적이다. 인생의 삼국지는 끝났는가라는 물음은 한 사람의 삶을 역사와 겹쳐 읽게 한다. 전쟁은 끝나지 않았고 책임도 끝나지 않았으며 기억도 끝나지 않았다. 이 열린 결말 덕분에 텍스트는 개인의 이야기에서 멈추지 않고 여러 감각으로 확장된다.

김계이 수필가의 <삼국지 별곡>은 자전적 체험을 바탕으로 하면서도 감상에 머물지 않고 사유로 나아간다. 장면 선택이 정확하고 문장의 밀도가 안정되어 있다. 고전을 매개로 가족과 시대를 함께 바라보는 시선 또한 설득력이 있다. 이러한 보석 같은 수필가의 작품이 세상에 펼쳐진 것이 매우 고무적이다. 등단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독자들의 사랑을 많이 받고 대성을 기대한다.

심사위원 합평

안명국 수필가의

사유의 여백과 일정한 문장 호흡

 안명국 수필가의 은 대리운전이라는 현장을 통해 가족 서사를 담담하게 그린다. 작가의 서술이 진행될수록 글은 단순한 체험담을 벗어나 인간의 존엄과 책임이라는 오래된 주제로 달려간다. 화자는 길 위에서 만난 손님들을 묘사하면서도 시선을 자기 삶의 중심으로 되돌린다. 그 중심에는 실패 이후의 시간을 살아가는 아버지가 있다. 이 축이 흔들리지 않기 때문에 글은 여러 장면을 지나면서도 방향을 잃지 않는다.

작품의 강점은 관찰의 정확성에 있다. 대리운전 기사들의 대기 장소인 은행 코너의 온기 묘사. 콜을 기다리는 동안의 초조함. 팁을 얻기 위해 역할을 바꾸는 순간의 심리. 이러한 장면들은 과장 없이 제시되며 독자가 스스로 의미를 읽도록 남겨 둔다. 이 방식은 경험을 설명으로 봉합하지 않는 수필의 가장 중요한 부분인데, 작가는 이 어려운 부분을 사실감 있게 보여준다. 삶의 단면을 그대로 놓아두는 태도는 몽테뉴가 말한 자기 성찰의 글쓰기 전통과 닿아 있다. 몽테뉴에게 수필은 살아가는 과정을 드러내는 기록이었다. 이 글 역시 판단을 서두르지 않는다. 대신 하루의 노동과 가족의 시간을 나란히 배치한다.

작가의 언어의 사용도 주목할 만하다. 화자는 상황에 따라 다른 인물이 된다. 로스쿨 준비생이 되기도 하고 동지가 되기도 하며 때로는 침묵하는 기사로 남는다. 이러한 변신은 단순한 생존 기술의 묘사가 아니다. 사회적 역할 속에서 자아가 끊임없이 이동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는 언어가 인간의 정체성을 규정한다는 에밀 벤베니스트의 논의를 떠올리게 한다. 말하는 위치가 바뀌면 존재의 자리도 달라진다. 이 글에서 화자는 스스로를 속이기도 하고 지키기도 하면서 하루를 통과한다. 이 부분에 대한 진정성과 그 속에 감춰진 내면의 아픔이 여과없이 독자들에게 전해진다.

특히 돈을 돌려주는 장면은 이 작품의 핵심이다. 경제적 궁핍이 분명한 상황에서도 화자는 선택을 바꾸지 않는다. 여기서 글은 교훈을 말하지 않는다. 다만 마음이 편해졌다는 한 문장으로 끝낸다. 그 절제가 이 장면을 설득력 있게 만든다. 인간이 스스로를 지키는 방식은 거창한 결심보다 작은 행동 속에 있다는 사실을 조용히 보여준다.

아버지와의 관계 또한 이 작품을 깊게 만든다. 아버지는 실패 이후의 계절에 머물러 있는 인물로 그려진다. 그러나 글은 그를 동정하지 않는다. 대신 함께 밤길을 달리는 두 사람의 시간으로 형상화한다. 라디오에서 흐르는 노래와 헤드라이트의 빛이 겹치는 마지막 장면은 설명을 넘어서는 정서를 남긴다. 삶은 직선으로 흐르지 않는다. 어떤 장면은 이렇게 오래 남아 현재를 비춘다. 그 안에 느꼈던 작가의 내면적 갈등과 심리는 그렇게 독자를 비추며, 독자는 화자를 응원하며 자신을 응원하게 된다.

이 작품은 자전적 체험을 바탕으로 하되 감정 과잉을 피하고 사유의 여백을 유지한다. 특히 일상의 언어를 유지하면서도 의미의 깊이를 확보한 점이 돋보인다. 현실의 고단함을 드러내면서도 비관으로 기울지 않는 태도 또한 안정적이다.

안명국 수필가는 생활 수필의 외형을 지니면서도 인간의 품위를 탐색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 특히 문장의 호흡이 일정하다. 그리고 개인의 경험을 통해 보편의 감각을 끌어내는 힘이 있는 작품이었다. 등단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독자들의 사랑을 많이 받고 대성을 기대한다.

심사위원 합평

정갑성 수필가의 <따라오던 마음>

오래 보고 사유하는 진정성과 문장력

정갑성 수필가의 <따라오던 마음>은 회상의 형식을 취하며, 타인의 호의에 대한 성찰이 놓여 있다. 어린 시절 빗길을 걸어가던 장면 하나가 서사의 전부이지만, 이 사건은 택시가 멈추고 운전사가 타라고 말하는 찰나 모든 것을 바꾼다. 화자는 거절하고 걷지만, 이 선택을 오래 붙들고 놓지 않는다. 그 집요함이 이 작품의 힘이다.

서두의 묘사는 절제되어 있다. 비. 젖은 옷. 십 리 길. 짧은 명령문. 불필요한 설명이 없다. 장면이 먼저 놓이고 의미는 뒤늦게 따라온다. 이러한 서술 방식은 경험을 곧바로 해석하지 않고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려는 태도를 보여준다. 자기 체험을 재단하지 않고 바라보려는 시선이 훌륭하다. 설명하기보다 삶이 남긴 흔적을 관찰하는 태도를 보여주며, 화자는 기억이 왜 남았는지를 천천히 더듬는다.

택시가 따라오는 장면은 상징으로 보여진다. 아무 대가 없이 건네진 도움. 그러나 화자는 그것을 받지 못한다. 이유는 단순하다. 폐가 될 것 같아서. 차를 더럽힐 것 같아서. 이 소박한 이유 속에는 타인의 호의를 경계하는 오래된 습관을 드러낸다. 이러한 심리적 반응은 낯선 친절 앞에서 거리를 두려는 인간의 방어 기제와 닿아 있다. 분석을 길게 보여주지 않고 그 구조를 드러낸 점도 돋보인다.

글은 기억의 의미를 현재의 시간으로 끌어온다. 비가 오면 떠오르는 장면. 마음속에 남은 빈자리. 받지 못한 마음이라는 표현. 이 대목에서 텍스트는 사건을 넘어 감정의 잔존 형태를 다룬다. 과거의 한 장면이 현재의 감각을 계속 흔든다는 점에서 이 글은 시간의 연속보다 체험의 지속을 강조한다. 이러한 인식은 의식 속에 남아 있는 기억이 현재를 구성한다는 앙리 베르그손의 사유를 떠올리게 한다. 지나간 순간은 사라지지 않고 다른 형태로 남는다는 이론처럼 이 작품에서 그 형태는 비 오는 날의 다른 감정으로 되살아난다.

특히 작가의 언어의 사용이 단정하고 감정을 과장하지 않으며 비유를 남용하지 않는다. 마지막 부분에서 다음 생을 가정하는 표현은 자칫하면 감상으로 흐르기 쉽지만, 앞선 서술이 충분히 절제되어 있기에 그 문장은 후회라기보다 깨달음의 서정에 가깝다. 받아도 되는 마음이 있다는 사실을 늦게 알았다는 고백은 과잉 없이 남는다. 이러한 균형감은 좋은 수필이 갖추어야 할 중요한 조건이다.

이 작품이 매우 독특했던 것은 하나의 기억을 오래 바라보는 힘이다. 또한 일상의 체험을 통해 인간 관계의 미묘한 거리감을 드러낸 점도 설득력이 있다. 무엇보다도 타인의 선의를 받아들이지 못했던 순간을 부끄러움이나 미화 없이 돌아본 태도가 성숙하다.

이렇게 작가는 체험을 바탕으로 하면서도 사유의 깊이를 확보함을 보여주는 문장력을 이 작품에서 보여주고 있다. 또한 문장의 긴장이 끝까지 유지되며, 개인의 기억에서 출발해 보편적인 정서로 확장되는 흐름도 자연스럽다. 정갑성 수필가의 여리고 착한 마음이 수필에서 아름다운 서정의 축을 이루고 독자들은 자신도 모르게 우산을 들고 그 어린 소년 앞에 서 있을 것이다. 등단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독자들의 사랑을 많이 받고 대성을 기대한다.

심사위원 합평


(소설 부문)

이재호 소설가의「오타」 

이재호 작가의 소설 <‘오타>는 죽음과 환생이라는 고전적 소재를 저승 관료제의 실수라는 기발한 장치로 비틀어 웃음과 성찰을 함께 담아낸 의욕적인 작품이다.  
50대 초반의 구두쇠 사업가 ’허무한‘은 연금복권 추첨 방송을 보다 극도의 흥분으로 급성 심근경색을 일으켜 사망하게 되고 저승사자에 이끌려 자신의 장례식을 목격하는 동안 직원들의 뒷담화, 거래처와의 악연, 친구들의 외면을 지켜보며 씁쓸함을 삼킨다. 

그런데 저승 문 앞에서 충격적인 사실이 밝혀진다. 통보관의 오타 때문에, 같은 병원에 있던 '허모한'을 데려와야 할 것을 '허무한'을 잘못 데려온 것이다. 이미 육신은 화장되어 재가 된 뒤였다. 
저승사자들은 대안을 제시한다. ’허모한‘의 육신으로 들어가라는 것. ’허무한‘은 강남 빌딩 두 채에 막대한 임대 수입이라는 말에 솔깃해 동의하지만, 막상 그 몸에 들어가자 신종바이러스로 인해 말도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식물인간 신세임을 알게 된다. 

절망과 분노로 1년을 보낸 ’허무한‘은 차츰 자신을 돌아보기 시작한다. 돈만 쫓던 삶에 대한 반성, 신에 대한 감사, 그리고 웨어러블 로봇슈트를 활용한 자선사업. 노숙자 쉼터, 장학사업, 허무한재단 설립으로 나머지 27년을 헌신한 그는, 이번에는 미련 없이 저승사자를 따라간다. 그의 영혼은 밝은 빛으로 감싸여 있었다. 
소설 <오타>는, 발상이 참신하고 유쾌하다. 저승사자의 '오타'라는 설정은 죽음이라는 무거운 소재를 능청스럽게 비틀며 독자를 단숨에 끌어당긴다.  

또한, 소설의 주인공, ’허무한‘ 이라는 캐릭터가 살아있으며 구성의 골격도 비교적 탄탄하다. 발단→전개→위기→절정(식물인간)→결말(자선가로의 변모)로 이어지는 흐름이 자연스럽고, 주제인 '삶의 의미'가 설교 없이 사건 속에 녹아든다. 
식물인간으로서의 고통과 내면 변화가 이 작품의 핵심인데, 시간을 요약으로 처리하다 보니 후반부가 급하게 처리된 감은 있다. 
’허모한‘의 육신으로 들어간 아내 이야기도 "오늘 바빠"라며 사라지고 두 번 다시 등장하지 않는다. 관계의 변화나 갈등 요소로 활용했더라면 이야기가 더 풍성해졌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총 평 

이재호 작가의 소설 <오타>는 우리에게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실존적 질문을 던지고 있다. 죽음 이후의 삶(빙의)을 통해 오히려 삶의 진정한 의미를 발견한다는 역설이 돋보인다. 문체가 간결하면서도 대화문이 생동감 있어 독자가 쉽게 읽어 내려갈 수 있는 대중성까지 겸비했다 라고 생각된다. 

'저승사자의 오타'라는 판타지적 설정은 자칫 진부할 수 있는 권선징악 스토리에 강력한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현세의 지옥'을 통과하며 정신적 성숙을 이루는 과정도 설득력 있게 묘사되며 높은 문학적 완성도를 보여주고 있다. 

이재호 작가의 건승을 기원하며 더욱 정진하여 한국의 주목받는 신예 소설가로 거듭나 주기를 기대한다. 

심사위원 합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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