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7일 당진시 송산면 동곡리 마을회관에서 열린 문현수 농부 시인의 시집 ‘잠시 쉬어도 좋겠어요’ 출간기념회에 다녀왔습니다. 문단 대표이신 회장님의 부득이한 사정으로 대신 축사를 전하게 되었는데, 문현수 시인은 2023년 문학 고을로 등단하셨지만 이미 17년간 당진 신문에 농부의 시를 연재해오신 작가로 이번 출간기념회를 통해 농부요 시인으로 살아가는 진솔하고 축복된 삶을 그대로 보여주셨기에 축사 전달이 아니었으면 땅에 어우러져 함께 살아가는 아름다운 이웃들의 사랑을 볼 수 없어 아쉬웠겠다 싶은 생각이 들 만큼 감동적인 축하의 시간이었기에 행복했던 마음을 참석 후기로 올립니다.
움직이는 시/ 신경희
강남에 고속버스 터미널이 생기기 전 충남 서산을 가려면 용산에서 버스를 타고 홍성을 거쳐 해미를 지나거나, 온양 삽교천으로 해서 신평 합덕 당진을 거쳐 가는 코스가 있어 당진을 지나가 본 적이 있고, 대호방조제가 생기면서 서산군 대산의 북쪽 포구인 삼길포로 가는 길도 당진을 통과하기도 했기에 자주 들어보았던 당진시 송산면이라는 지명만으로도 서산으로 향하던 길들이 그려지고 옛 추억이 떠올라 행사 일이 기다려졌다.
행사 당일 문단의 심사위원이신 김신영 교수님 차에 편승해서 기념회장으로 가는 동안 창밖으로 보이는 당진의 모습은 반세기 전 한적했던 군 단위 농촌이 아닌 활기 넘치는 중소도시 당진시*로서의 면모를 갖추고 있었고, 더구나 송산면에 이르자 동국제강, 현대 제철로 길게 이어지는 거리가 포항 울산의 공단처럼 공업도시로 발전해 있어 놀라움과 함께 참으로 오랜 날이 지났음을 새삼 느끼면서 네비가 알려준 장소에 도착했는데
네비 상에는 동곡리 마을회관이 현대 제철소의 정문을 지나 공단 근처로 나오지만 주변 어디에도 마을회관은 보이지 않고 몇 분째 같은 장소를 돌다가 결국은 시인님께 전화를 거니 마을회관이 다른 곳에 있다면서 자택 주소를 알려 주셨다.
공단에서 시인님 댁으로 가는 길은 10분 정도 거리로 멀지 않음에도 도시에서 시골로 들어가는 듯 꼬불 언덕을 지나 내려가는 길로, 마을 근처에 이르러서야 넓게 트인 벌판과 멀리 보이는 산, 벌판에서 먹이를 찾는 새들의 익숙한 풍경이 눈에 펼쳐지면서 가슴이 시원하게 뚫리는 듯했다. 논 가운데 자리 잡은 주택에서 문단 밴드 프로필 사진으로 보았던 편안한 웃음 그대로의 문 시인님이 마중을 하시는데 “어서 오셔유” 라는 인사말이 추억 속에 익숙한 사투리라 얼마나 정겹던지, 옛 고향 친지를 만난 듯 따스함으로 다가왔고 인사를 마친 뒤 동곡리를 소개해 주셨다.
본디 동곡리는 바다를 막아 생긴 간척지로 현대 제철이 들어오면서 마을이 흡수돼 이곳으로 옮겨오신 주민들이 대부분이라는 말을 들으며 같은 충청도 사투리라도 내가 살면서 체득한 대산 바다 마을 사투리 억양과 비슷함에 반가움이 들면서도 새로운 곳에 이주해 살아온 주민들의 삶이 현대 석유화학 단지가 들어와 고향을 떠난 대산의 농업 현장 같은 마음이 들어 가슴 한편이 짠해지기도 했다.
당진에서도 가장 북쪽에 위치하는 송산면에 속한 동곡리는 마을이 동쪽을 향해 있어 동쪽 마을이라는 뜻으로, 넓게 펼쳐진 벌판을 보니 정지용 시인의 ‘향수’ 중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나가고, 얼룩빼기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이 생각나면서 한 편의 시를 또 한 편의 그림으로 보는듯한 느낌이 들 만큼 아름다우며 전형적인 농촌의 평화로움을 간직하고 있어 문 시인님의 얼굴에 드러나는 편안함이 동곡리의 자연환경이 주는 축복인 듯 여겨졌다.
시인님 자택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행사장은 TV에서 자주 보던 마을회관의 외관과 별반 다르지 않았지만 입구에 걸려있는 축하 현수막과 길게 늘어서 있는 많은 화환들에서 오늘의 행사가 주는 온 마을의 축하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고 안으로 들어가니 회관 전면에 걸린 커다란 태극기와 현수막이 큰 행사임을 알리고 있었다. 길게 놓인 탁자 위에 팥떡과 귤, 음료들에서 푸근한 농촌 인심을 느끼면서 나이 지긋하신 노인분들이 보내는 궁금증 섞인 웃음을 정겹게 받는 중에 행사가 시작되었는데, 화려한 장소의 요란한 팡파르로 알리는 격식 갖춘 의전이 아닌 문 시인님 친구의 정 넘치는 인사말로 시작해 차분히 진행되었다.
시인이며 시의원인 김명희 작가 부부가 문현수 시인의 시를 합동으로 낭독하면서 분위기를 모으고 난 뒤 내빈소개에 이어서 저자의 인사말이 이어졌는데
시인은 자신의 시를 가만히 있는 시가 아니라 벌이 꿀을 모으러 다니듯 ‘움직이는 시’라고 표현하는 것이 가슴에 닿았다. “~들판에 누워있는, 산골짜기, 밭에서 잠자고 있는 시도 깨워보고, 어르신들 감성과 웃음, 움직이고 일하는 모습들이 시가 되었으며, 아내를 위해, 아내가 바라본 풍경에 대한 느낌을 시로 적고, 농촌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시골을 알리고자 쓴 시도 있어 이런 모든 것들을 엮고 모아서 출판기념회를 하게 되었으며 앞으로 더 많이 관찰하고 자세히 보면서 아름다운 글을 써 가겠다.”라는 다짐과 함께 “김치가 익어 가며 맛을 내듯 더욱 행복한 시 속에서 다시 여러분들을 만나고 싶다.”라는 바램으로 인사말을 마치는데 차분하고 그윽한 음성이 시인의 성품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했다.
이어서 시인의 동생 다섯 분과 아내, 지인, 조카까지 차례로 나와 시집 속에서 각자 선택한 시를 낭독하는 모습은 다른 출판기념회에서는 볼 수 없던 장면으로 이색적이면서도 자신들이 느낀 감성을 전달하는 감동적인 모습이어서 앞으로 ‘잠시 쉬어도 좋겠어요’를 만나는 독자들이 오늘 각자가 골라 낭독한 시처럼 가슴 안에 파고드는 작품으로 자리 잡아갈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또한 전문 낭송가의 멋진 낭송은 아니지만 마음 다해 읽어가는 동생들의 모습에서 오라버니에 대한 사랑, 남편을 신뢰하고 아끼는 아내의 마음이 드러나고 이런 모습들 안에 맏아들로서 살아오신 시인과 시인을 존경하는 가족들의 모습이 그대로 보여 둥글게 살아온 가족들의 다복한 가족애가 부럽기까지 했다.
시작부터 마침까지의 장면 하나하나를 눈에 담으면서 문현수 시인님의 시처럼 소박하고 정 깊게 ‘움직이는 시’로 많은 독자들에게 다가가야겠다는 마음이 들었고, 당진의 시인으로 더욱 사랑받는 농부 시인의 길을 가시기를 축원하면서 문시인님의 작품 중 “들꽃” 으로 내가 이해한 시인의 마음을 헤아려 본다.
들꽃 / 문현수
혼자는 부끄러운지
무리를 지어 피는 꽃
걷는 길 마다
피어있는 들꽃
이마에 맺힌 땀을 닦으며
잠시 길에 앉아
아내의 머리에 꽃을 꽂으니
꽃에게 꽃을 꽂았네
문현수 시인님의 ‘잠시 쉬어도 좋겠어요.’의 출간을 다시 한번 축하드립니다.
* 2012년 1월1일 당진군에서 당진시로 승격
2읍 9면 3동(138개 법정리, 11개 법정동)이 되었다. 당진시는 충청남도 북부지방에 자리하여 동쪽으로는 아산시와 경기도 평택시, 서쪽으로는 서산시, 남쪽으로는 예산군과 서산시, 북쪽으로는 경기도 화성군과 접하고 있으며 대체로 산악과 구릉이 연결된 넓은 평야지대로써 농업과 철강산업이 조화롭게 발전되어 가고 있다.(당진시청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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