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년 문학고을 계간지 하반기 신인문학상
등단 당선 심사평 <제 84회 2차 공모>
<시 부문>
박동수 시인의 <물의 이력> <소멸의 자세>
이미지 연쇄를 통한 새로운 시선
박동수 시인의 <물의 이력>은 존재의 하강을 통해 내면의 흐름을 사유하는 작품이다. 특히 시인의‘낮은 곳으로 흐른다’라는 명제는 단순한 자연 묘사와 더불어 존재의 태도에 대한 은유적인 표현으로 지향해야 할 방향성까지 보여준다. ‘낮음’은 단순한 위치를 넘어 겸허함과 수용을 보여주는 상징을 가지고 있는 소재다. 이러한 소재가 박동수 시인만의 철학을 담아 주제를 강조한다. 또한“굽이치는 고비마다 스스로를 꺾고 부딪치며”라는 시어를 통해 고정된 실체를 보여주지 않고 과정(process)으로 보는 시선 또한 매우 깊다. 특히 눈에 띄는 부분은“흉터처럼 남은 물길이 / 내 생의 지도가 된다”라는 마무리는 매우 강력하다. ‘물길’은 지나간 흔적이며, 동시에 고통의 결과이다. 그러나 그것이 ‘지도’가 된다는 점에서 상처는 방향성을 제공하는 존재론적 자산으로 전환된다. 이러한 시적 사유는 현대 시에서 내면의 흐름과 자연의 원리를 결합해 온 김춘수 후기 시 세계와도 일정 부분 상응하며, 사유의 밀도 면에서는 많은 존재론적 시편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박동수 시인만의 흐름과 하강 그리고 침잠이라는 이미지의 연쇄를 통해 존재의 깊이와 시간의 축적을 형상화한 수작이다.
<소멸의 자세>에서는 사라짐을 부정하거나 회피하지 않고 그것을 오히려 완성의 단계로 재해석하는 작품으로 존재의 종말을 철학적 차원에서 재구성한 시이다. 여기서도 박동수 시인은“빛은 / 소멸에 가까워질수록 가장 낮은 곳으로 임한다”라는 매우 압축적인 아포리즘을 보여준다. 이러한 인식은 존재의 종말을 긍정적으로 바라본 마르틴 하이데거의 ‘죽음에의 존재’에서 죽음은 단순한 소멸을 넘어서 존재를 완성하는 조건이라는 철학을 연상시킨다. 또한“사라지기 직전의 것들이 왜 더 또렷해지는지”라는 시어를 통해 시인은 인식의 역설을 드러낸다. 박동수 시인은 끝에 가까워질수록 존재는 더 선명해진다고 말하며 동시에 존재의 본질이 ‘지속’이 아닐 수 있다는 새로운 시선을 보여준다. “기울어짐은 무너짐이 아니라, / 가장 낮은 곳에서 / 온몸으로 저녁을 받아내는 숭고한 자세였다”로 시의 절정을 보여주며, 새로운 소멸의 모습을 완성한다. 등단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독자들의 사랑을 많이 받고 대성을 기대한다.
심사위원 합평
황철암 시인의 <그리움, 먼지처럼 쌓여> <향기로 남는 기도>
존재의 내면을 형성하는 잔여의 언어
황철암 시인의 <그리움, 먼지처럼 쌓여>는 ‘그리움’을 단순한 감정으로 보지 않고 감정을 형상화하며, 인간 존재가 어떻게 기억과 상실의 잔여로 구성되는지를 탐색하는 작품이다. 전반적으로 감정의 직접적 표출을 자제하고 사물과 이미지를 통해 정서를 환기하는 방식은 현대시의 미니멀리즘적 경향을 보여준다. 이 작품의 핵심 미학은 ‘잔여’에 있다. “서랍 속 마른 꽃잎”, “빛바랜 편지”와 같은 사물들은 기억의 물질로 기억되며, 잊힌 것들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감각적으로 복귀하는 표현을 보여준다. 이러한 방식은 기억을 감각적 경험으로 확장시키며, 이 시에서 그리움은 오히려 거대한 감정이 아님을 보여준다. 그 감정이 아주 미세하게 축적되는 감각으로 제시된다는 점에서 황철암 시인이 주는 깊은 여운이 도드라진 작품으로 완성된다.
<향기로 남는 기도>는 기도라는 종교적 형식을 차용하면서도, 이를 특정 신앙의 고백이 아닌 보편적 존재 윤리로 확장한 서정시이다. 이 작품은 개인의 내면에서 출발하여 타인의 삶으로 확장되는 감정의 흐름을 통해 기도를 ‘말’이 아닌 ‘상태’로 재정의한다. 시에서 반복되는 “~하소서”의 종결 구조는 전통적인 기도문 형식을 따르지만, 그 내용은 매우 구체적이며 새롭다. 고통과 상처를 제거하려 하지 않고 그것이 새로운 의미를 생성하도록 요청하는 시인의 자세에서 인간 존재의 근원적 조건을 성찰한 시몬 베유의 사유가 떠오른다. 이 작품 마지막 연에서 기도는 더 이상 소리로 존재하지 않고 “이름 없이 남은 향기”로 살아갈 근거를 찾는 방향으로 나아간다. 황철암 시인의 깊은 사유를 엿볼 수 있는 이 작품의 등단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독자들의 사랑을 많이 받고 대성을 기대한다.
심사위원 합평
이상훈 시인의 <장례식장> <자귀나무>
해체적 리얼리즘과 감각의 확장
이상훈 시인의 <장례식장>은 죽음을 단순한 애도의 대상으로 다루지 않고 존재의 해체와 재편을 동시에 사유하는 작품이다. 특히 이 작품은 장례라는 의례를 통해 인간 존재가 개별적 실체를 넘어선 관계와 관계의 존재임을 드러낸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후반부의 신체 이미지이다. “수의의 베 틈새로 어머니가 숨을 드밀고 / 하관의 결 사이로 아버지가 등뼈를 포갭니다”라는 시어를 통해 죽음을 단절이 아닌 재결합의 과정으로 형상화한다. 이러한 시적 상상력은 존재를 해체된 물질로 바라본 조르주 바타유의 사유와 연결된다. “돌아오는 버스 안 <생략> 차오르는 통곡을 참습니다”는 앞선 모든 장면을 다시 현실로 귀환시킨다. ‘상주’라는 역할에서 벗어나는 순간, 억눌렸던 감정이 비로소 개인의 것으로 돌아오는 부분이 매우 공감되고 해채적 리얼리즘적 시선을 보여준다.
<자귀나무>는 자연의 생태적 특성을 인간의 감각과 정서로 치환하며, 생명의 결합과 생성의 과정을 형상화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자연을 인간적 감정과 욕망이 투사된 살아 있는 존재로 재구성한다. “새 신부”, “새신랑”이라는 표현은 자귀나무의 꽃과 잎을 인간의 결혼 장면으로 의인화한다. 이는 자연 현상을 인간의 삶과 연결시키는 고전적 수사이지만, 이 시에서는 매우 감각적으로 확장된다. 특히 “화장 솔을 벌려 볼에 톡톡”이라는 시어는 시각적 이미지에 촉각적 감각을 결합하며, 꽃의 개화를 인간의 화장 행위로 치환한다. 이러한 감각의 전이는 독자의 신체적 상상을 자극한다. “꼬투리 열매가 재잘재잘 여설이 될지”는 생성 이후의 또 다른 생성을 암시하며, 생명이 끝없이 이어지는 과정임을 보여주는 이 작품은 시인의 상상력과 창의력이 매우 빛나는 작품이다. 또한 생명의 결합과 생성의 순간을 매우 감각적으로 포착한 작품으로 <장례식장>이 죽음을 통해 생명의 순환을 드러낸다면, <자귀나무>는 결합과 생성의 순간을 통해 생명의 확장을 보여준다. 등단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독자들의 사랑을 많이 받고 대성을 기대한다.
심사위원 합평
<수필 부문>
이인숙 작가의 <아들, 다시 일어서다>
절제된 서술이 보여주는 공감의 진수
이인숙 작가의 <아들, 다시 일어서다>는 한 아이의 학교 부적응과 회복의 과정을 어머니의 시선으로 따라가며, ‘교육’과 ‘성장’의 의미를 다시 묻는 수필이다. 개인적 경험에 기반한 서사이지만, 그 안에는 한국 사회의 경쟁 중심 교육 구조와 아이의 심리적 상처, 그리고 보호자로서의 선택과 책임이 교차하고 있어 충분한 보편성을 획득하고 있다. 특히 ‘자퇴’라는 결정적 장면에서 출발해 ‘재입학’과 ‘관계 회복’으로 이어지는 구조는 하나의 서사적 곡선을 이루며, 글 전체를 비교적 안정적으로 이끌어 간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글이 특정 사건을 과장하거나 미화하지 않고, 비교적 담담한 어조로 서술된다는 점이다. 자퇴서를 내밀고 펜을 쥔 채 머뭇거리는 장면, 아이의 어깨가 점점 내려앉고 눈빛에 우수가 깃드는 변화, 그리고 “학교 그만둬도 괜찮다”라는 말 앞에서 터져 나오는 울음 등은 과잉된 감정 없이도 충분한 울림을 만들어 낸다.
이러한 절제된 서술은 독자로 하여금 사건을 ‘이해’하는 것을 넘어 ‘공감’하도록 이끈다.
또한 이 글은 성장 서사의 핵심을 ‘성취’가 아니라 ‘회복’에 두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일반적인 교육 서사가 대학 진학이나 성과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것과 달리 이 글은 친구를 만나고 약속을 기다리는 아이의 모습에서 가장 큰 변화를 발견한다. 이는 인간 발달을 성취 중심이 아닌 관계 중심으로 바라보는 시선과 맞닿아 있으며, 심리학자 에릭 에릭슨이 말한 ‘정체성 형성’의 과정, 특히 또래 관계를 통해 자아가 안정되는 단계와도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아이에게 학교는 지식을 습득하는 공간이기 전에 자신이 사회 속에서 어떤 존재인지를 확인하는 장이었던 셈이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어머니’라는 화자의 위치이다. 이 글은 아이의 성장 과정을 다루고 있지만, 동시에 한 보호자가 어떤 선택을 하고 그것을 어떻게 감당해 나가는지에 대한 기록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이 글의 가장 큰 힘은 ‘온기’에 있다. 아이가 친구를 기다리며 느끼는 설렘을 바라보는 시선, 결과보다 마음의 회복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태도, 그리고 “다시 돌아간다면 같은 선택을 하겠다”라는 다짐은, 단순한 경험담을 넘어 삶에 대한 하나의 가치 선언으로 읽힌다. 이는 독자에게 조용하지만, 분명한 여운을 남긴다. 등단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독자들의 사랑을 많이 받고 대성을 기대한다.
심사위원 합평
이병애 작가의 <부끄러움을 넘어선 기억을 찾아>
개인적 체험의 보편적 경험을 통한 안정적 구조
<부끄러움을 넘어선 기억을 찾아>는 한 개인의 어린 시절 경험을 출발점으로 그 기억을 현재의 시선에서 다시 해석하고 삶의 의미로 확장해 나가는 성숙한 수필이다. 발표대회에서의 실수라는 단순한 사건은 글 속에서 점차 ‘부끄러움’에서 ‘회복’으로 의미가 전환되며, 개인적 체험이 보편적 성찰로 나아가는 수필의 전형적인 구조를 안정적으로 보여준다.
무엇보다 이 글에서 두드러지는 특징은 ‘기억을 바라보는 방식의 변화’이다. 어린 시절의 화자는 단상 위에서 말을 잇지 못했던 순간을 오직 실패와 부끄러움으로만 인식하지만, 시간이 흐른 뒤의 화자는 그 장면을 전혀 다른 의미로 받아들인다. 이는 기억이 현재의 자아에 의해 끊임없이 재구성된다는 사실을 드러낸다. 이러한 점은 폴 리쾨르가 말한 기억의 해석적 성격과 자연스럽게 맞닿는다. 그는 기억을 과거의 재현보다 현재적 의미 부여의 과정으로 보았는데, 이 글 역시 동일한 사건이 해석의 변화에 따라 전혀 다른 가치로 전환되는 과정을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또한 이 글은 언어가 인식을 형성한다는 점에서도 의미를 지닌다. 어린 시절의 화자는 그 경험을 ‘실수’라는 단어로 규정함으로써 스스로를 위축된 존재로 인식하지만, 현재의 화자는 이를 ‘버텨냄’과 ‘용기’라는 언어로 다시 명명한다. 나아가 이 글은 실수와 실패를 바라보는 태도에 대한 실존적 성찰로까지 나아간다. 글에서 중요한 것은 완벽한 수행보다 무너진 이후에도 그 자리를 떠나지 않고 다시 일어서는 힘이다. 단상 위의 침묵은 실패의 증거를 넘어선 다시 말을 시작하게 만든 출발점으로 재해석된다.
수필의 요건이라는 측면에서 보더라도 이 글은 매우 충실하다. 구체적인 체험에서 출발하여, 그 경험을 성찰하고, 나아가 보편적인 의미로 확장하는 구조가 분명하게 드러난다. 특히 감정을 과장하지 않고 담담하게 서술하면서도, 마지막에 이르러 하나의 삶의 태도로 귀결된다는 점에서 수필 특유의 진정성과 설득력을 확보하고 있다.
또한 개인의 부끄러운 기억을 통해 인간 존재의 보편적인 진실에 도달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이 작품은 우리에게 하나의 조용한 통찰을 건넨다. 인간은 실수 때문에 무너지는 존재가 아니다. 바로 그 실수를 어떻게 다시 해석하느냐에 따라 스스로를 새롭게 이해하게 되는 존재라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이 글은 단순한 회고를 넘어 삶의 태도에 대한 성찰을 담아낸 완성도 높은 수필이라 할 수 있다. 등단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독자들의 사랑을 많이 받고 대성을 기대한다.
심사위원 합평
조 정 작가의 <바라보는 일>
묘사의 높은 밀도와 감각적인 재구성
조정 작가의 <바라보는 일>은 일상의 풍경을 섬세하게 관찰하는 데서 출발하여 그 ‘바라봄’의 행위를 통해 삶의 태도에 대한 사유로 확장해 나가는 작품이다. 전주 외곽의 들판과 모악산이라는 구체적 공간이 글의 중심에 놓여 있지만, 이 글의 진정한 주제는 풍경 그 자체라기보다 그것을 바라보는 화자의 시선과 감각, 그리고 그 속에서 생성되는 의미에 있다.
우선 이 글은 수필의 기본 요건인 ‘체험의 진정성’을 충실히 갖추고 있다. 아침마다 반복되는 풍경의 관찰, 계절에 따라 변해 가는 들판의 색채, 농사의 변화와 그에 얽힌 기억들은 모두 실제 삶의 경험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이며, 이는 글에 자연스러운 신뢰감을 부여한다. 특히 묘사의 밀도가 매우 높아 독자는 단순히 풍경을 이해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장면 속으로 들어가 함께 바라보는 듯한 감각을 얻게 된다.
이 글의 가장 큰 특징은 ‘바라봄’이 단순한 시각적 행위를 넘어 하나의 사유 방식으로 확장된다는 점이다. 같은 자리에서 같은 풍경을 반복해서 바라보지만, 산의 색은 빛에 따라 달라지고 들판은 계절에 따라 끊임없이 변한다. 이러한 인식은 모리스 메를로퐁티의 현상학적 사유를 떠올리게 한다. 그는 인간의 지각을 단순한 대상 인식으로만 보지 않고 몸과 세계가 관계 맺는 방식으로 보았는데, 이 글의 화자 역시 풍경을 외부의 대상으로 거리 두어 바라보기보다 그 안에 스며들어 함께 호흡하는 존재로 드러난다.
언어의 측면에서도 이 글은 수필로서의 미학을 잘 보여준다. “화선지에 물감이 스며들듯”, “커다란 카페트처럼”, “연두색 레이스처럼”과 같은 비유는 단순한 설명을 넘어 풍경을 감각적으로 재구성한다. 이러한 표현은 언어를 통해 새롭게 경험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또한 이 글은 경험에서 출발하여 감각적 묘사를 거쳐 사유로 확장되는 구조를 잘 갖추고 있다. 이를 통해 일상의 풍경을 통해 존재에 대한 사유를 이끌어내는 완성도 높은 수필을 조정 작가는 보여주고 있다. 조정 작가는 반복되는 ‘바라봄’ 속에서 세계의 변화를 감지하고 그 속에 스며 있는 삶의 흔적을 길어 올리는 이 시선은 독자로 하여금 자신의 일상 또한 다시 바라보게 만든다. 등단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독자들의 사랑을 많이 받고 대성을 기대한다.
심사위원 합평
<소설 부문>
김인자 소설가의 "옥탑방의 시간"
김인자 작가의 작품, 소설 <옥탑방의 시간>은 '종교적 휴머니즘'과 '치매 노인 부양'이라는 묵직한 주제를 IMF라는 시대적 배경 속에 차분하게 녹여낸 작품으로서 특히 무속 신앙과 기독교라는 이질적인 세계관이 '고통받는 인간'이라는 지점에서 화해하는 과정을 감동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특히 이 소설은 광명시장의 풍경, 노인의 체취, 임산부의 신체적 고충 등을 매우 사실적으로 묘사함으로써 독자가 소설 속 상황에 몰입하기 쉽게 쓰였다.라는 점에 주목하고 싶다.
소설 속 배경은 IMF 사태 직후, 경기도 광명시의 한 전통시장 인근 상가 건물 4층. 개척교회를 운영하는 목사 남편과 임신 중인 '옥희' 사모의 고단한 삶의 현장 한복판에서 시작되고 있다.
어느 날 주인공 옥희는, 지독한 악취를 풍기며 교회 문 앞에 앉아 있던 노인 '박 씨(박정자)'를 만나게 된다. 갈 곳 없는 노인을 외면할 수 없었던 옥희는 그녀를 씻기고 교회 내 자모실 에서 함께 생활하기 시작한다.
박 씨 노인은 과거 무당이었으나 신내림의 대물림을 끊기 위해 교회로 숨어든 사연을 품고 있다. 그러나 평화도 잠시, 노인은 대퇴부 골절 수술 후 치매 증상을 보이기 시작한다.
옥희가 정성껏 모아준 용돈을 훔쳐 갔다고 의심하며 옥희를 몰아세우고, 한밤중에 찬물로 목욕재계를 하는 등 이상 행동을 보이게 된다. 임신으로 몸이 무거운 옥희는 육체적·정신적 한계에 부딪히지만, 노인의 병을 '노망'이 아닌 '치매'라는 질병으로 받아들이며 끝까지 그녀의 곁을 지킨다.
노인은 결국 급성 폐렴 증세로 병원에 실려 가고, 연락이 닿은 딸과 사위가 지켜보는 가운데 쓸쓸히 세상을 떠나고 만다. 노인이 떠난 후 옥탑방을 정리하던 옥희의 눈에 장판 밑에서 눅눅하게 젖은 돈봉투들이 발견되는데 그 봉투 겉면에는 **'사모 보약'**이라는 글자가 적혀 있었다. 노인은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와중에도 자신을 돌봐준 옥희를 위해 돈을 모아두었던 것이다, 마지막, 옥희는 노인이 남긴 사랑을 확인하며 그녀를 가족으로 떠나보낸다.
총 평
이 소설의 가장 강한 미덕은 '소재의 진정성'에 있다.
작가는 IMF 시대의 빈곤, 노숙, 무속 신앙, 치매, 가족 해체라는 묵직한 현실을 직접 체험한 듯 생생하게 써 내려간다. 특히 양파망에 돈을 걸어두는 장면, 장판 밑에서 발견된 '사모 보약' 봉투는 이 소설의 핵심 이미지로서 강한 울림을 남긴다. 이 두 장면만으로도 이미 이 작품은 기억될 자격을 갖추고 있다. 라고 보여진다.
김인자 작가의 소설 ‘옥탑방의 시간’에서는 박 씨 노인을 단순히 불쌍한 수혜자로 그리지 않고, 거친 말투와 의심, 무속인으로서의 과거를 가진 입체적 인물로 설정하며 극적 긴장감을 유지했다. 라고 보여진다.
'사모 보약'이라고 적힌 봉투가 발견되는 결말은 자칫 신파로 흐를 수 있는 이야기를 숭고한 사랑의 서사로 격상시키며 옥희의 희생이 결코 헛되지 않았음을 증명하는 가장 강력한 문학적 장치이다.
그러나 이 소설은 일부 아쉬운 부분도 보이고 있는데 문장 중에 '나는~'과 '옥희는~'이 혼용되는 부분이 보이고 있는데.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갈 것인지, 3인칭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갈 것인지가 한 방향으로 통일되면 마침내 문장의 매끄러움이 더 살아날 것으로 이 부분은 조금의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럼에도 전반적인 면에서 김인자 소설가의 ‘옥탑방의 시간’은 비린내 나는 시장통 건물 꼭대기에서 피어난 고귀한 인류애를 보여주며 치매라는 질병의 가혹함을 미화하지 않으면서도, 인간에 대한 예의와 연민을 끝까지 놓지 않은 작가의 따뜻한 시선을 보여주고 있다. 이 부분이 이 소설이 작품 면에서 충분히 주목받을 만한 수준이다. 라고 평가하게 만든다.
작가로서 훌륭한 서사를 완성한 점 축하드리며 이 소설이 많은 이들에게도 위로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더욱 정진 함으로써 소설계의 주목받는 신인으로 우뚝 서 주기를 기대한다.
심사위원 합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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