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선작&심사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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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년 문학고을 계간지 하반기 신인 문학상 등단 당선작 심사평 <제 85회 2차 공모> <엘리트 문학의 산실 / 등단의 길잡이>

  • 관리자 (adm39k)
  • 2026-05-16 13:3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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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년 문학고을 계간지 하반기 신인 문학상 등단 당선작 심사평 <제 85회 2차 공모>
<엘리트 문학의 산실 / 등단의 길잡이>


<시 부문>

고영준 시인의 <아름다운 날> <비가 머물던 자리>

 찰나의 포착과 세심한 관찰

고영준 시인의 <아름다운 날>은 죽음과 탄생이라는 상반된 사건을 한 계절의 흐름 속에 포개어 놓으며, 인간의 감정과 무관하게 지속되는 생명의 순환을 담담하게 응시하는 작품이다. 시는 개인의 슬픔을 과장하거나 비극적으로 확대하지 않는다. 오히려 봄이라는 계절의 무심한 반복 속에서 인간 존재의 유한함과 생명의 지속성을 동시에 드러낸다. 인간에게는 큰 상실의 순간이지만 자연은 아무 일 없다는 듯 꽃을 피우고 향기를 흩뿌린다. 한 존재의 끝은 또 다른 존재의 시작과 이어지며, 세계는 끊임없이 연을 이어 간다. 시는 이 과정을 “아무렇지도 않다”라는 담담한 시어로 마무리하는데, 바로 이 무심함이 작품의 핵심 정조를 이룬다. 슬픔은 분명 존재하지만, 시인의 세계는 그 슬픔 하나에 멈추지 않는다. “벗이 떠나도 우리는 / 이방의 낯선 생명의 탄생을 / 봄에 부는 꽃향기로 안다”라는 시어를 통해 인간이 슬픔 속에서도 여전히 살아갈 수밖에 없는 존재임을 보여 준다. 고영준 시인은 이 작품에서 감정을 절제하는 방식으로 오히려 더 큰 울림을 만든다. 인간의 슬픔과 상관없이 계속되는 생명의 계절 속에서 떠남과 탄생을 동시에 끌어안고 살아가야 하는 존재의 운명을 담담하게 보여 주는 시인의 정서가 매우 깊다.

<비가 머물던 자리>는 비가 그친 뒤 남겨진 풍경을 통해 쉽게 사라지지 않는 감정의 잔여와 내면의 침잠을 섬세하게 형상화한 작품이다. 시는 비 자체보다 ‘비가 지나간 자리’에 주목한다. 사건보다 흔적과 잔향에 집중한다는 점이 매우 흥미로웠다. 첫 연의 “밤새 내린 것들은 / 아침이 되어서야 / 자신의 무게를 드러내고”라는 시어는 매우 함축적이다. 밤 동안에는 보이지 않던 감정과 기억들이 아침이 되어 비로소 드러난다는 의미로 인간은 감정이 지나가는 순간보다 그것이 지나간 뒤 남은 흔적 속에서 오히려 더 깊은 무게를 느끼게 된다는 점을 시인은 포착한다.

특히 “사라진 줄 알았던 것들이 / 가장 늦게까지 남아 / 마음을 적시면”이라는 부분은 기억의 본질을 잘 드러낸다. 인간은 지나갔다고 생각한 감정이 가장 예상치 못한 순간 다시 떠오르는 경험을 한다. 시는 그것을 비가 남긴 습기처럼 표현한다. 완전히 사라진 줄 알았던 감정이 오히려 더 오래 마음속을 적신다는 점에서 시인은 기억의 지속성과 감정의 잔존성을 섬세하게 포착한다. 고영준 시인은 불필요한 설명 없이 이미지와 정서만으로 분위기를 형성하며, 시 전체에 고요한 울림을 만든다. 등단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독자들의 사랑을 많이 받고 대성을 기대한다.

심사위원 합평

김윤숙 시인의 <해장> <지나가리라>

감각적 이미지와 내면의 정서의 밀도있는 결합

김윤숙 시인의 <해장>은 해장국이라는 가장 일상적이고 서민적인 풍경을 통해 소진과 공허를 은유하는 작품이다. 시는 음식 묘사로 시작하지만, 점차 관계의 끝과 존재의 허기를 드러내는 방향으로 심화된다. 특히 이 작품은 한국적 생활 정서 속에 스며 있는 ‘국물 문화’를 감정의 잔여와 연결시키며, 감각적 이미지와 내면의 정서를 밀도 있게 결합한다. 이렇게 이 시의 핵심은 사물의 잔해를 통해 감정의 잔해를 드러내는 데 있다. “누런 뼈다귀는 / 살점 다 내어준 채 식어간다”라는 시어를 통해 모든 것을 내어준 뒤 남은 것은 온기 잃은 뼈뿐이라는 소진을 보여준다. “빈 그릇 / 수북한 뼈 더미 / 기울어진 술병”은 화자가 보는 삶의 잔존물들이다. 이미 본질은 사라졌고 흔적만 남아 있다. 마지막의 “들깻가루만 둥둥 떠 있는 국물 / 알맹이는 벌써 어디론가 도망쳤다”라는 시어는 압권이다. 알맹이 없는 국물은 내용이 빠져나간 관계와 삶 자체를 은유한다. 남아 있는 것은 부유하는 찌꺼기뿐이며, 김윤숙 시인은 그 공허를 담담하게 응시한다. 이 작품은 끝내 깨지지 않는 상실의 숙취를 다룬 시다. 뜨거운 국물 속에서도 회복되지 않는 마음의 공백을 보여주며, 독자로 하여금 자기 삶의 잔해를 돌아보게 만든다.

 〈지나가리라>는 술과 신발이라는 반복적 이미지를 통해 인생의 고단함과 그 시간을 노래하는 작품이다. 이 시는 반복의 리듬 속에서 삶의 단계와 감정의 변화를 보여준다. 특히 ‘소주’와 ‘신발’이라는 상징을 통해 인간 존재의 여정을 형상화했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시는 “걷고 싶다”라는 짧은 문장으로 시작한다. 화자는 고무신, 슬리퍼, 운동화, 장화 같은 신발의 여러 종류를 제시하며 저마다의 은유를 제시한다. 그리고 “소주 여섯 잔에 / 비로소 맨발 / 푸석거리는 흙을 밟는다”에 이르면 시는 가장 본질적인 상태에 도달한다. 맨발은 사회적 역할과 장식이 제거된 존재의 원형이다. 모든 것은 지나가며, 인간 역시 결국 비워지는 존재라는 인식을 보여준다. 이를 통해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시어는 단순한 위로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그것은 체념보다는 이 작품에서 순환에 대한 통찰을 보여준다. 차오르는 술잔도, 닳아버린 신발도, 심지어 “남겨진 발자취조차” 사라진다는 사실을 화자는 담담하게 받아들인다. 신발을 갈아 신으며 끝내 걸어가는 존재의 모습을 통해 시인은 우리 모두의 생애를 조용히 비추고 있다. 등단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독자들의 사랑을 많이 받고 대성을 기대한다.

심사위원 합평

김종화 시인의 <겨울과 봄 사이에 섬이 있다> <시다림>

감각의 재구성과 절제된 언어로의 형상화

김종화 시인의 <겨울과 봄 사이에 섬이 있다>는 계절의 경계에 놓인 정서를 통해 인간 존재를 사유하는 작품이다. 이 시는 끝난 것과 시작되지 않은 것 사이의 중간 지대를 ‘섬’이라는 상징으로 형상화한다. 특히 이 작품은 시간의 흐름을 직선적으로 이해하지 않고 머무름과 흔들림의 감각으로 재구성한다는 점에서 매우 현대적인 서정성을 보여준다. 시의 첫 구절인 “아직 녹지 못한 시간들이 / 얇은 얼음처럼 발밑에서 숨을 쉬고”는 인상적이다. 시간은 여기서 촉각적 물질로 변환된다. ‘녹지 못한 시간’은 과거의 미련이고 아직 해소되지 않은 감정이며, 그것이 ‘얇은 얼음’이라는 이미지로 구체화되면서 불안정한 내면 상태를 드러낸다. “아무것도 끝나지 않았고 / 아무것도 시작되지 않은 채”라는 시어는 작품 전체의 정서를 압축한다. 보통 인간은 시작과 끝을 분명히 구분하려 하지만, 시는 그 사이의 미완 상태를 조명하고 있다. 여기서 김종화 시인은 억지로 결론 내리지 않으면서 존재의 흐름을 그대로 응시하려는 태도를 보여준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 봄 쪽으로 기울어진다”라는 시어를 통해 시인은 아름다운 결말을 보여준다. 여기서 봄은 완성된 희망이 아니다. 단지 조금씩 기울어지는 방향일 뿐이다. 중요한 것은 도착이 아니다. 바로 기울어짐 자체다. 시인은 삶에서 가장 중요한 시간은 어쩌면 도착의 순간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정서를 조명하고 있다.

 〈시다림〉은 상실 이후에도 끝내 정리되지 않는 존재의 흔적을 매우 절제된 언어로 형상화한 작품이다. 특히 이 작품은 ‘떠남’조차 명확하게 규정하지 않음으로써 비결정성과 존재론적 긴장을 극대화한다. 첫 시어 “숲은 식어 있고 / 바람은 아직 이름을 받지 못했다”라는 시어는 매우 상징적이다. 숲과 바람은 전통적으로 생명과 순환의 이미지지만, 여기서는 활력을 잃은 채 정지 상태로 놓여 있다. 특히 ‘이름을 받지 못한 바람’은 의미화되지 못한 감정, 혹은 아직 언어화되지 않은 상실을 암시한다. “떠남의 잔향이 / 이끼처럼 번진 자리”라는 표현은 이 시의 핵심 이미지다. 떠남은 이미 끝난 사건이지만, 그 흔적은 이끼처럼 서서히 번져간다. 이렇게 상실이라는 추상적 감정을 이끼라는 구체화로 보여주는 부분이 매우 인상적이다. 또한 떠난 뒤에도 남아 있는 온기와 이름 붙일 수 없는 흐름 속에서 시는 인간 존재의 가장 깊은 외로움과 연결의 감각을 동시에 보여 준다. 등단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독자들의 사랑을 많이 받고 대성을 기대한다.

심사위원 합평

신기만 시인의 <외로움이 외로움에게> <서귀포 앞바다 주상절리에서>

존재의 사유와 철학적 성찰

신기만 시인의 <외로움이 외로움에게>는 외로움을 결핍이나 상처로만 바라보지 않고 타인과 연결되는 감정의 통로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이 시는 고독을 부정하거나 극복의 대상으로 삼지 않는다. 오히려 외로움 자체를 인간 존재의 본질적 조건으로 받아들이며, 그 감정이 서로를 이해하게 만드는 공감의 언어가 될 수 있음을 보여 준다. “나의 외로움이 또 다른 외로움 / 그 어딘가에 스며들기를”은 작품 전체의 정서를 압축한다. 여기서 외로움은 닫힌 감정이 아니다. 오히려 타인의 삶 속으로 스며드는 액체 같은 감각이다. 이는 인간의 고독을 철저히 개인적인 것으로 보지 않고 서로 연결된 상태로 바라보는 시선이다. 특히 이 작품은 자연 이미지를 통해 정서를 부드럽게 환기한다. “회백색 구름”, “달그림자”, “달과 별” 같은 이미지는 직접적인 감정 토로 대신 서정적 분위기를 조성한다. 또한 신기만 시인의 “모닥불 같은 온기가 전해지기를”의 메시지는 매우 인상적이다. 모닥불은 아주 작은 불빛이다. 시인은 세상을 완전히 바꾸려 하지 않는다. 다만 차가운 세계 속에서 누군가 곁에 잠시 머물 수 있는 온기를 희망한다. 이 절제된 소망이 작품의 진정성을 높인다.

<서귀포 앞바다 주상절리에서〉는 자연 앞에 선 인간 존재의 왜소함과 삶의 본질적 질문을 응축된 언어로 드러낸 작품이다. 마치 거대한 자연을 통해 스스로의 존재를 되묻는 철학적 성찰을 보여 주는 이 시는 주상절리라는 제주 자연의 독특한 형상을 인간 삶의 태도와 연결하며, 자연을 하나의 사유 공간으로 전환한다. “바다에게 철썩거림으로 / 자신의 온 생애를 살아가는 절벽”이라는 시어는 매우 강렬하다. 절벽은 끊임없이 파도에 부딪히며 자신의 시간을 견디는 존재다. 여기서 ‘철썩거림’은 반복되는 충돌의 소리이자 생의 리듬이다. 시는 절벽을 통해 인간 역시 세상의 파도 속에서 부딪치며 살아가는 존재임을 암시한다. 또한 독자에게 묻는다. 당신은 정말 삶에 자신을 던져본 적이 있는가. 그리고 그렇게 살아낸 존재 앞에서 부끄럽지 않은가. 이러한 질문은 자기 성찰적 세계와도 연결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대답 자체가 아니며, 시인은 질문 앞에 멈춰 서는 태도를 보여 주며 주제를 강화한다. 이렇게 이 시는 잠시 멈춰 존재를 응시하는 순간을 날카롭게 포착하고 있다. 등단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독자들의 사랑을 많이 받고 대성을 기대한다.

심사위원 합평

임화택 시인의 <엿치기> <은덕>

청각적 리듬감과 존재의 온기를 응축

임화택 시인의 <엿치기>는 한 장면을 절제된 언어로 포착하면서 감각과 인간 본능의 미묘한 심리를 동시에 드러낸 작품이다. 리듬과 소리, 행갈이의 효과를 통해 현장성을 살아 있게 만들며, 단순한 풍경 묘사를 넘어 삶의 원형적 장면을 환기한다. 시는 산업화 이전 마을 풍경을 암시하며, 독자를 특정 기억의 공간으로 이끈다. 이어 등장하는 “리어카 한 대 / 느릿이 들어선다”라는 시어를 통해 리어카의 근대화 이전 서민 경제의 상징과 동시에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이동식 장터의 역할을 함께 보여 준다. 특히 이 시의 가장 큰 특징은 청각적 리듬에 있다. “철컥, 철컥”, “뚝 / 두둑 / 뚝뚝뚝”의 의성어들은 소리 재현과 더불어 시의 호흡 자체를 형성한다. 독자는 마치 실제 엿치기 현장에 있는 듯한 감각을 경험한다. 엿을 자르는 행위는 단순한 장사 수완이 아니다. “사람들이 / 둘러선다”는 시어에서 드러나듯 잠시 하나의 시선으로 집중되는 놀이적 의례에 가깝다. 시는 그 집단적 감각을 짧은 언어 안에 응축한다. 시인은 엿을 자르는 풍경 속에서 사람들이 잠시 같은 소리를 듣고 같은 장면을 바라보던 시간의 기억을 복원하고 있다.

〈은덕>은 인간 삶을 지탱하는 보이지 않는 배려와 연대의 감각을 형상화한 작품이다. 이 시는 직접적인 감정 토로나 서사를 배제한 채 ‘등을 내어주는 침묵’이라는 이미지 하나로 인간 관계의 깊이를 드러낸다. 삶과 존재의 온기를 응축하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완성도 높은 서정시인 이 작품은 “넘어질 듯 흔들리던 날마다 / 누군가가”는 인간 존재의 불안정성을 전제하며 시작한다. 삶은 본래 흔들리는 상태이며, 인간은 혼자만의 힘으로 균형을 유지하기 어렵다. 중요한 것은 그 다음에 이어지는 존재다. 화자는 특정 인물을 명시하지 않는다. 부모, 친구, 타인, 혹은 이름 모를 누군가일 수도 있다. 이 익명성은 시를 개인적 경험에서 보편적 차원으로 확장시킨다. 특히 “말보다 먼저 / 등을 내어주던 침묵”이라는 표현은 이 시의 핵심이다. 임화택 시인은‘등을 내어준다’라는 행위를 통해 설명도 조건도 없이 오직 곁을 버텨주는 물리적 온기만 드러낸다. 특히‘은덕’이라는 제목 자체가 중요한데, 이는 오래 남아 삶의 방향을 바꾸는 깊은 도움을 의미한다. 시인은 삶을 끝내 무너지지 않게 만드는 것은 말보다 먼저 등을 내어주던 어떤 침묵이라는 진심을 전한다. 등단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독자들의 사랑을 많이 받고 대성을 기대한다.

심사위원 합평


임말희 시인의 <시장풍경 (1)> <그곳에 살았으면>

날카로운 포착과 존재론적 삶의 태도

임말희 시인의 <시장풍경 (1)>은 재래시장을 배경으로 서민들의 생활과 생의 애환을 사실적으로 포착한 작품이다. 이 시의 가장 큰 특징은 ‘시장’이라는 공간을 삶의 정서가 살아 숨 쉬는 무대로 재현하고 있다는 점이다. 시인은 각 상인을 개별적 존재로 호명하면서도 그들의 노동과 고단함을 통해 삶의 풍경을 입체적으로 구축한다. 작품은 반찬가게, 생선가게, 야채가게, 튀김집, 떡집으로 시선을 이동시키며 장면을 병렬적으로 배열한다. 이러한 구성은 마치 카메라가 시장 골목을 천천히 훑어가듯 진행되는데, 이는 기록하는 르포적 사실주의의 성격을 띤다. 특히 “밀린 집세”, “딸래미 학원비”, “허리가 휘어 굽은 고추, 오이, 가지” 같은 표현은 생계의 무게를 직접적으로 드러내며 현실을 압축적으로 보여 준다. 특히 임말희 시인은 현실을 미화하지 않으면서도 인간에 대한 애정을 잃지 않는 태도를 보여 준다. 자본주의적 경쟁이나 도시 빈곤을 직접 비판하지 않으면서도 시장 사람들의 몸과 표정 안에 시대의 피로를 은근히 스며들게 한다는 점에서 성숙하고 날카로운 시선의 면모를 보인다. 소란스럽지만 따뜻하고 팍팍하지만 쉽게 무너지지 않는 삶이 시인의 작품 안에 진하게 배어 있다.

〈그곳에 살았으면〉은 자연 속에서 고요한 생을 꿈꾸는 내면의 소망을 서정적으로 형상화한 작품이다. 이 시는 인간 존재가 궁극적으로 도달하고자 하는 평온과 고독의 내면을 담아낸다. 특히 ‘등대지기’라는 화자를 설정함으로써 외로움과 평화를 동시에 품은 존재론적 삶의 태도를 드러낸다. “하얀 페인트가 듬성듬성 벗겨져 / 바람에 스치는 담장 너머 / 멀리 푸른 바다가 보이는”에서 제시된 공간은 시간이 스며든 낡은 풍경이다. 이러한 시인의 시선이 보여 주는 상징성이 매우 잘 드러난 이 작품은 누군가의 중심이 되기보다 조용히 빛을 비추는 존재로 남고 싶어 하는 정서와 균형을 이룬다. 자연 친화적이면서도 후기 낭만주의적 정서를 보여주고 있는 이 작품은 자연을 정신적 안식처로 바라본다는 점에서는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자연 철학과도 닿아 있다. 다만 소로가 자연 속에서 자립적 인간 정신을 탐구했다면 이 작품은 보다 서정적이다. 시인의 자연과 고독, 그리고 생의 평온을 향한 서정적 귀향 의식을 담은 시선이 매우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어 낸다. 등단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독자들의 사랑을 많이 받고 대성을 기대한다.

심사위원 합평

홍범표 시인의 <기산 저수지> <그리울 때>

내면의 환기와 깊은 울림

홍범표 시인의 <기산 저수지>는 자연 풍경 속에 스며든 그리움과 생의 순환을 서정적으로 담아낸 작품이다. 시는 자연의 시간과 인간의 내면을 포개어 보여 준다. 특히 새소리와 물안개, 노을과 어둠 같은 자연의 움직임을 통해 감정을 은은하게 환기한다는 점이 매우 뛰어나다. 시의 첫 연은 새벽 저수지의 생명감을 청각과 시각으로 동시에 열어낸다. “물총새 ‘삐잇삐잇’ 새벽을 나르는 소리”라는 표현이 매우 감각적이다. 특히 인상적인 부분은 “두견새 한바탕 울고 간 자리엔 진달래 피고 / 뻐꾸기 울고 간 자리엔 엉겅퀴 꽃이 핀다”는 대목이다. 여기서 새의 울음과 꽃의 개화가 인과적으로 연결되는데, 이는 자연을 유기적 생명의 질서로 바라보는 시인의 시선을 반영한다. 이 작품은 전통적 낭만주의의 계보 위에 있다. 자연을 인간 감정의 거울로 삼으면서도 감정을 직접 폭발시키지 않고 풍경 속에 스미게 하는 방식이 특징적이다. 홍범표 시인의〈기산 저수지〉는 새벽에서 노을까지 이어지는 흐름 속에서 마음의 움직임을 자연의 질서 안에 녹여낸다. 시인의 사라지는 것들을 끝내 품어주는 자연의 넉넉함에 대한 관찰이 매우 훌륭하다.

〈그리울 때〉는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과 혈연적 존재 계승의 감각을 담담하면서도 깊은 울림으로 형상화한 작품이다. 이 시는 화려한 수사나 복잡한 상징 없이도 인간 존재의 근원적 정서를 건드린다. 특히 거울이라는 일상적 사물을 통해 ‘나’와 ‘어머니’의 경계를 포개는 방식이 인상적이다. “어머니가 생각나면 / 거울에 얼굴을 비추어 봅니다”라는 시어는 거울을 통해 자기 자신을 보는 도구와 세월과 혈통의 흔적을 발견하는 매개체로 조명한다. 화자는 자신의 얼굴 속에서 어머니를 발견하고, 그 순간 현재의 자기 존재가 어머니의 삶과 이어져 있음을 깨닫는다. “주름이 지고 검버섯이 피어 / 어느덧 어머니를 닮아갑니다”라는 시어는 인간 존재의 시간성을 드러내는 핵심 구절이다. 늙어간다는 것을 부모 세대와 점점 가까워지는 과정으로 그려지는 부분이 시인의 깊은 사유를 엿보게 한다. 〈그리울 때〉는 세월 속에서 점점 어머니를 닮아가는 자신을 발견하며, 인간 존재가 사랑과 기억으로 이어져 있음을 깨닫는 시다. 그래서 시인이 말하는 그리움은 단순한 상실의 눈물을 뛰어넘는 존재의 뿌리를 향한 조용한 귀향의 마음으로 확장한다. 등단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독자들의 사랑을 많이 받고 대성을 기대한다.

심사위원 합평

 
<시조 부문>

조성혜 시인의 <석류> <모과>

감각적 이미지와 은유

조성혜 시인의 <석류>는 전통 시조 형식을 바탕으로 사랑의 내면적 열정과 감정의 응축 과정을 석류라는 자연물에 투영한 작품이다. 형식 안에 감각적 이미지와 은유를 응축시켜 놓았다는 점에서 시조의 특징을 잘 살린 작품이다. 시조의 초장은 “몰래 품은 외사랑에 낯빛마저 붉구나”로 시작한다. 여기서 ‘붉음’은 사랑의 열기와 부끄러움, 그리고 감춰진 감정의 상징이다. 석류의 붉은 외피는 화자의 감정 상태와 자연스럽게 겹쳐지며, 사물과 감정이 동일화되는 전통 서정시의 방식을 따른다. 특히 “외사랑”이라는 단어는 사랑의 비대칭성과 고독성을 암시하면서도 이를 직접적으로 토로하지 않고 석류의 빛깔 속에 숨겨 놓는 부분이 매우 훌륭하다. 종장의 “어느새 알알이 익어 소리 없이 터지네”라는 시어는 작품의 정서를 완성하는 핵심이다. 석류가 익어 터지는 모습은 억눌러 온 감정이 결국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순간을 상징한다. 작품은 전통적으로 자연물을 통해 인간 감정을 우회적으로 드러내던 시조 문학의 멋을 보여 주고 있다. 조성혜 시인은 외사랑이라는 은밀한 감정을 석류의 생태적 변화와 연결함으로써 사랑이 익어가는 시간의 내밀한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절제된 언어 속에 오래 눌러 온 감정의 붉은 숨결이 배어 있다.

 〈모과〉는 못생긴 외형 속에 숨겨진 향기와 존재의 가치를 발견하는 작품으로 한국 시조 특유의 교훈성과 서정성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인간 존재에 대한 성찰까지 확장된다는 점에서 단아하면서도 깊은 울림을 남긴다. 특히 초장의 ‘고놈’이라는 표현은 모과를 의인화하면서 동시에 인간 존재를 은유하는 장치로 작동한다. 여기서 시인은 외형만으로 존재를 판단하는 태도에 경계심을 드러낸다. 중장의 “껍질 깊은 그 속에 노을빛 향기 하나”는 이 작품의 중요 이미지다. 시인은 모과를 인간 내면의 품격과 연결한다. 특히 “노을빛 향기”라는 표현은 시각과 후각을 결합한 공감각적 이미지로 따뜻하고 오래 남는 정서를 형성한다. 시인의 외형보다 내면의 향기가 오래 남는다는 삶의 진실을 담담하게 보여주는 이 작품은 존재의 깊이와 인간적 온기를 함께 길어 올린다는 점에서 매우 안정된 완성도를 지닌다. 등단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독자들의 사랑을 많이 받고 대성을 기대한다.

심사위원 합평


<동시 부문>

함영의 시인의 "찬바람의 마음" , "영상 편지“

일상의 정서를 시적 발견으로 전환하는 섬세한 감각

올해 응모된 동시 작품들이 대체로 가족의 사랑과 자연의 풍경을 소재로 삼은 작품이 많았다. 그러나 상당수의 작품이 감정의 직접적 진술에 머무르거나 익숙한 정서를 반복하는 데 그친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동시는 단순히 순수한 마음을 전달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어린이의 시선으로 세계를 새롭게 인식하게 하는 언어적 발견이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찬바람의 마음>과 <영상 편지>는 일상의 사소한 장면을 따뜻한 상상력과 감각적 전환으로 확장시킨 작품으로 눈에 띄었다.

<찬바람의 마음>은 흔히 차갑고 매서운 존재로 인식되는 ‘찬바람’을 따뜻한 존재로 전환시키는 시선이 인상적인 작품이다. “우르르 / 내 뒤를 따라 들어오는 / 가랑잎들”이라는 도입은 늦가을 혹은 초겨울의 풍경을 청각적 이미지와 함께 생생하게 불러낸다. 이어 “추워 빨리 들어가”라는 표현은 찬바람을 단순한 자연현상이 아니라 누군가를 보살피는 존재로 의인화한다. 특히 “얼른 가랑잎 등을 / 떠밀어주는 찬바람”이라는 장면은 움직임과 정서를 동시에 포착하며 작품 전체의 따뜻한 분위기를 형성한다.
이 작품의 미덕은 마지막 연에서 더욱 분명해진다. “오늘 / 찬바람의 속마음도 / 따뜻하다는 걸 알았다”는 문장은 자연을 바라보는 인식의 전환을 담담하게 드러낸다. 차가움 속에서도 온기를 발견해 내는 시선은 어린이다운 감수성이면서 동시에 인간에 대한 이해의 확장으로 읽힌다. 절제된 언어와 짧은 행 구성은 군더더기 없는 여운을 남기며, 일상 속 작은 장면을 하나의 정서적 발견으로 완성시킨다.

<영상 편지>는 가족의 상실과 그리움을 어린이의 시선으로 조용히 풀어낸 작품이다. “가끔 / 아빠의 한숨을 따라나서는”이라는 첫 구절은 이미 깊은 정서를 내포하고 있다. 담배 연기를 단순한 습관의 결과가 아니라 “속마음 보내는 / 영상 편지”로 바라보는 상상력은 이 작품의 가장 큰 성취라 할 수 있다. 특히 “후우우 / 긴 / 담배 연기”라는 행 구성은 연기의 흐름과 길이를 시각적으로 형상화하며, 아빠의 한숨과 그리움의 시간을 동시에 드러낸다.
무엇보다 이 작품은 돌아가신 엄마에 대한 상실을 직접적으로 드러내기보다, 담배 연기라는 매개를 통해 우회적으로 표현한다는 점에서 절제의 미학을 보여 준다. ‘영상 편지’라는 현대적 소재를 통해 보이지 않는 마음의 흐름을 연결한 점 또한 동시적 감각이 살아 있는 부분이다. 슬픔을 과장하지 않으면서도 독자에게 잔잔한 울림을 남긴다는 점에서 작품의 정서적 완성도가 높다.
두 작품은 모두 일상 속 익숙한 풍경을 새롭게 바라보는 시선에서 출발한다. 하나는 찬바람의 차가움 속에서 온기를 발견하고, 다른 하나는 담배 연기 속에서 그리움의 언어를 읽어 낸다. 이는 사물과 현상을 단순히 바라보는 데서 멈추지 않고, 그 안의 마음까지 헤아리려는 감각의 결과라 할 수 있다.
아직 더 넓고 깊어질 가능성을 남겨 두고 있으나, 세계를 따뜻하게 해석하는 힘과 감정을 절제된 언어로 형상화하는 능력은 충분히 주목할 만하다. 앞으로 더욱 단단한 시 세계로 성장해 한국 동시 문단에 의미 있는 목소리를 더해 가기를 기대한다.

심사위원 합평


 <수필 부문>

하두철 작가의 <건너는 소리>

이미지와 장면을 통해 드러내는 감각적 표현

하두철 작가의 <건너는 소리>는 한 친구의 죽음을 계기로 ‘건넌다’는 행위의 의미를 집요하게 응시하는 애도(哀悼)의 수필이다. 친구의 부음과 수달의 교통사고 뉴스라는 두 장면을 병치하며 시작되는 이 글은 살아 있는 자와 죽은 자 사이에 놓인 경계와 인간 존재의 불가역성을 탐색하는 데까지 나아간다. 특히 사건을 감정적으로 과장하지 않고 극도로 절제된 문장으로 밀어붙인다는 점에서 문학적 밀도가 높다.

무엇보다 이 글의 가장 큰 특징은 ‘건넌다’는 의미다. 처음에는 단순히 길을 건너는 행위처럼 보이지만, 글이 진행될수록 그것은 삶과 죽음의 경계, 돌아올 수 없는 이동, 존재의 단절을 상징하는 언어로 확장된다. 친구는 술을 마시고 길을 건넜고 수달 역시 길을 건너다 죽는다. 그리고 화자는 장례식 이후 횡단보도 앞에 서서 더 이상 예전처럼 길을 건너지 못한다. 이처럼 동일한 동작이 반복될수록 ‘건너감’은 존재론적 사건으로 변한다.

이 지점에서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사유를 떠올릴 수 있다. 하이데거는 인간을 ‘죽음을 향해 가는 존재’로 보았는데, 이 글은 바로 그 죽음의 현실이 타인의 죽음을 통해 갑작스럽게 자신의 삶 속으로 침투하는 순간을 보여준다. 친구의 죽음은 화자로 하여금 자신 역시 언젠가 ‘건너야 하는 존재’임을 자각하게 만든다. 그래서 화자는 더 이상 횡단보도 앞에서 이전처럼 무심하게 발을 떼지 못한다. 죽음 이후 세계는 동일한 풍경이지만, 더 이상 이전과 같은 의미를 갖지 않는다.

또한 이 글은 언어의 사용 방식에서도 매우 인상적이다. 전체적으로 문장은 짧고 건조하며, 설명보다 장면 중심으로 서술된다. “잔이 비워지는 게 아니라, 우리가 먼저 비워지고 있었다”와 같은 문장은 단순한 묘사를 넘어 상실이 인간 내부를 어떻게 잠식하는지를 압축적으로 드러낸다. 특히 ‘비워진다’라는 표현은 술잔과 인간 존재를 겹쳐 놓으며, 애도의 자리가 단순한 추모가 아니라 살아 있는 자들이 서서히 자신을 소모하는 공간임을 보여준다.

수필의 요건이라는 측면에서도 이 글은 매우 훌륭하다. 개인적 체험에서 출발하지만, 그것이 단순한 회고에 머무르지 않고 존재와 죽음에 대한 보편적 성찰로 확장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감정을 직접 토로하기보다 이미지와 장면을 통해 드러낸다는 점에서 문학적 성취가 크다. 독자는 화자의 슬픔을 길을 건너지 못한 채 멈춰 서 있는 장면과 감각을 통해 체험하게 된다.

하두철 작가의 <건너는 소리>는 죽음을 직접 말하지 않으면서도 끝내 죽음의 감각에 도달하는 밀도 높은 수필이다. ‘길을 건넌다’는 일상적 행위를 삶과 죽음의 경계로 확장시키며, 살아남은 자의 감각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섬세하게 포착한다.   특히 반복되는 이미지와 절제된 문장, 그리고 부재를 둘러싼 언어의 사용은 이 글을 단순한 추모의 기록을 넘어 존재론적 울림을 지닌 작품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등단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독자들의 사랑을 많이 받고 대성을 기대한다.

심사위원 합평


이상역 작가의 <봄꽃 같은 손주>

근원적 사랑의 기록과 서사

이상역 작가의 <봄꽃 같은 손주>는 두 번의 유산이라는 상실의 경험에서 출발하여 딸의 탄생과 다시 손주의 탄생으로 이어지는 생명의 순환을 담담하게 그려낸 가족 서사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화자의 손주를 얻은 기쁨을 기록한 글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생명은 어떻게 이어지는가’, 그리고 ‘가족이라는 감각은 어디에서 비롯되는가’에 대한 깊은 정서가 흐르고 있다. 특히 개인의 체험을 통해 혈연과 기억, 세대의 연결이라는 보편적 감각으로 나아간다는 점에서 수필로서 훌륭한 토대를 가지고 있다.

무엇보다 이 글의 중심에는 ‘탄생’이라는 사건이 놓여 있다. 그러나 이 탄생은 단순히 새로운 생명의 출현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글은 유산의 경험을 먼저 배치함으로써 생명의 탄생이 얼마나 위태롭고 간절한 과정 위에 놓여 있는지를 함께 보여준다. 두 번의 이별 이후 어렵게 얻은 딸의 탄생은 그래서 상실을 통과한 끝에 도달한 존재의 환희로 읽힌다. 이러한 구조는 생명의 의미를 더욱 두텁게 만든다.

이 지점에서 독일 철학자 한나 아렌트의 ‘탄생성(natality)’ 개념을 떠올릴 수 있다. 아렌트는 인간 존재의 본질을 ‘새로운 시작’에 있다고 보았는데, 이 글 역시 탄생을 단순한 혈통의 연장이 아니라 삶을 다시 시작하게 만드는 사건으로 바라본다. 두 번의 유산 이후 얻은 딸, 그리고 그 딸이 다시 낳은 손주를 바라보며 화자는 이어짐의 감각을 확인한다. 생명은 끊어지는 듯 보이지만 다시 이어지고, 인간은 그 연결 속에서 존재의 의미를 발견한다.

또한 손주를 통해 부모 세대를 다시 떠올린다는 점에서 기억의 순환 구조를 보여준다. 손주를 품에 안은 순간 화자는 자신의 딸을 키우던 시간과 더불어 이미 세상을 떠난 부모의 얼굴까지 함께 떠올린다. 화자에게 손주는 미래의 존재이면서 동시에 과거를 불러오는 존재이다. 인간은 기억과 관계 속에서 자기 존재를 확인한다는 점에서 이상역 작가의 가족이라는 시간을 섬세하게 드러낸 필체가 인상 깊다.

또한 이 작품은 비교적 안정적인 상징 체계를 갖추고 있다. 봄꽃과 손주를 연결하는 비유는 글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 이미지이다. “방긋방긋 웃는 손주를 바라보면 한없이 빠져든다”거나 “봄꽃처럼 생명을 활짝 꽃 피우며 살아가기를 바란다”와 같은 표현은 생명의 연약함과 아름다움을 동시에 전달한다. 특히 봄이라는 계절적 이미지와 탄생의 기쁨을 결합함으로써, 손주의 존재가 단순한 개인적 기쁨을 넘어 자연의 순환과도 연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상역 작가는 이처럼 유산과 탄생, 부모와 자식, 그리고 손주로 이어지는 생명의 순환을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내고 있다. 무엇보다 생명의 이어짐 속에서 자신의 뿌리와 부모를 다시 떠올리게 된다는 점에서 깊은 정서적 울림을 지닌다. 또한 손주를 향한 사랑의 기록인 동시에 생명을 통해 다시 부모에게로 돌아가는 한 인간의 근원적 그리움을 담아낸 아름다움의 기록이다. 등단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독자들의 사랑을 많이 받고 대성을 기대한다.

심사위원 합평

 
오동석 작가의 <아버님 전상서>

세대적 공감과 깊은 몰입감

오동석 작가의 <아버님 전상서>는 돌아가신 아버지를 향한 뒤늦은 사랑의 고백을 중심으로 시간이 지나서야 비로소 부모의 삶을 이해하게 되는 인간의 보편적 슬픔과 회한을 담아낸 수필이다. 화자의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과 더불어 깊은 성찰이 놓여 있다. 특히 소리와 감각을 통해 아버지의 존재를 복원하면서 개인의 기억을 세대적 공감으로 확장 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완성도가 높은 작품이다.

무엇보다 이 글의 중심에는 ‘늦게 도착한 사랑’이라는 정서가 있다. 화자는 아버지가 살아 계실 때 끝내 “사랑합니다”라는 말을 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오래도록 가슴에 품고 살아간다. 이때 중요한 것은 시간이 흐른 뒤에야 비로소 그 사랑의 크기를 이해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어린 시절에는 그저 익숙한 일상의 일부였던 아버지의 새벽 출근과 기침 소리가 세월이 흐른 뒤에는 가족을 위해 자신을 닳게 했던 삶의 증거로 다시 읽힌다. 따라서 이 작품은 기억을 복기하며 과거의 의미를 현재의 시선으로 새롭게 해석하는 글이라고 볼 수 있다.

특히 “철문 닫히는 소리, 멀어지는 발자국 소리, 그러고는 다시 돌아오시던 저녁의 기침 소리까지”라는 대목은 이 글의 핵심적인 장면이다. 화자는 아버지를 직접 설명하지 않는다. 대신 흔적이 배어 있는 소리들을 통해 아버지의 존재를 드러낸다. 인간의 기억은 단순한 사건보다 냄새나 소리 같은 감각을 통해 더 깊게 되살아난다. 이 작품 역시 소리를 매개로 아버지의 삶을 현재로 불러오며, 독자로 하여금 자신의 아버지를 함께 떠올리게 만든다.

또한 이 글은 부모와 자식 사이의 이해가 늘 시간차를 두고 도착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화자는 자식을 키우게 된 뒤에야 비로소 아버지의 한숨과 걱정을 이해하게 된다. “이제 제 자식을 바라보며 비로소 알게 됩니다”라는 문장은 세대의 순환 속에서 인간이 뒤늦게 성장하게 된다는 사실을 드러낸다. 이러한 구조는 독일 철학자 빌헬름 딜타이가 말한 ‘체험의 이해’의 철학과 함께 한다. 인간은 타인의 삶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 채 살아가다가 비슷한 경험을 통과한 뒤에야 비로소 그 삶의 의미를 자기 안에서 이해하게 된다는 것이다. 화자에게 아버지는 죽은 뒤에야 이해 가능한 존재가 된 셈이다.

또한 이 작품은 절제된 문장을 통해 오히려 더 깊은 울림을 만든다. 감정을 과도하지 않게 담담한 어조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마지막의 “아버지, 사랑합니다”라는 문장이 더욱 크게 다가온다. 특히 “언젠가 다시 만나는 날에는 늦지 않게 그 손을 붙잡고 꼭 말씀드리겠습니다”라는 문장은 평생 품어온 미완의 사랑을 언젠가는 완성하고 싶다는 소망처럼 죽음 이후에도 끝나지 않는 관계의 감각이 이 마지막 문장에 응축되어 있다.

이처럼 오동석 작가의 <아버님 전상서>는 진심의 밀도가 높은 수필이다. 아버지에 대한 사랑과 미안함, 그리고 늦게 찾아온 이해가 한 사람의 삶을 통해 조용히 드러난다. 무엇보다 부모를 향한 사랑은 늘 늦게 완성된다는 인간적 진실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또한 이 수필은 우리 모두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높은 설득력을 지니고 있다. 등단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독자들의 사랑을 많이 받고 대성을 기대한다.

심사위원 합평


노승현 작가의 <옆에 있으니까 고맙지>

세심한 관찰력과 따뜻한 서사

노승현 작가의 <옆에 있으니까 고맙지>는 이 글은 알츠하이머 치매를 앓는 어머니와 함께 살아가는 시간을 통해 기억이 사라진 자리에서도 끝내 남는 사랑과 돌봄의 의미를 담아낸 가족 서사형 수필이다. 치매 어머니를 돌보는 일상의 기록이 담담히 펼쳐져 있는 이 작품은 특히 병과 돌봄이라는 현실적인 소재를 단순한 고통의 서사로 끌고 가지 않고 오히려 인간 존재의 가장 근원적인 온기와 관계의 본질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이 글의 중심에는 반복되는 한 문장이 있다.

“집에 가야 된다.”

처음에 이 말은 단순한 혼란처럼 들린다. 이미 집에 있는데도 집에 가야 한다고 말하는 어머니의 모습은 치매 환자의 전형적인 증상처럼 보인다. 그러나 화자는 시간이 흐르며 깨닫는다. 어머니가 돌아가고 싶어 하는 집은 현재의 물리적 공간이 아니었고 기억 속 가장 따뜻했던 시간이라는 것을 담담히 서술한다. 이 작품에서 ‘집’은 정서이며, 존재가 가장 편안했던 시절의 감각이다. 어린 자식들을 키우던 부엌, 가족들이 둘러앉던 저녁의 마당, 새벽 도시락을 싸던 젊은 날의 시간들이 어머니에게는 돌아가고 싶은 집으로 남아 있는 것이다. 이 작품 속 어머니는 가장 자신답게 살아 있었던 시간 속으로 돌아가고 싶어 한다. 따라서 “집에 가야 된다”는 말은 단순한 착오가 아니었고 잃어버린 자기 존재를 향한 무의식적인 그리움으로 기록된다. 이 수필에서 가장 가슴이 아팠던 부분은 이것을 느끼게 됐을 때까지의 화자의 마음이 삭제된 부분이다. 많은 시간이 무너지면서 느끼게 된 이 진실을 기록으로 이어질 때까지의 마음은 같은 시간을 견디고 있는 혹은 견뎌낸 사람들의 공감을 진심으로 이어줄 것이다.

또한 이 글은 치매를 단순히 기억 상실의 병으로만 다루지 않는다. 오히려 기억이 흐려질수록 더 선명하게 남는 감정을 보여주는 부분이 감동적이다. 늘 먹은 반찬은 잊어도 구구단을 기억하고 이름은 헷갈려도 자식을 위한 기도는 잊지 않는다. 특히

“기억은 사라져도 감정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치매는 기억을 지워갈 뿐, 사랑까지 지우지는 못한다는 것을.”이라는 문장은 글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 의미라고 할 수 있다. 이 부분은 현대 신경심리학에서도 자주 언급되는 정서 기억(emotional memory)이다. 인간은 언어적·사실적 기억을 잃어가더라도 사랑받았던 감정이나 익숙한 정서의 흔적은 마지막까지 남는 경우가 많다. 이 글은 이를 학문적으로 설명하지 않으면서도 생활 속 장면으로 자연스럽게 보여준다. 손자와 함께 웃는 장면이나 두 손 모아 아들의 건강을 기도하는 장면은 기억보다 더 오래 남는 인간 마음의 본질을 드러낸다.

특히 이 글이 깊은 울림을 갖는 이유는 돌봄의 방향이 역전되는 순간을 섬세하게 포착하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에는 어머니가 화자의 곁을 지켜주었고, 이제는 화자가 어머니의 곁을 지키고 있다. 이 관계의 순환은 인간 삶 전체가 결국 서로의 곁을 지켜주는 시간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만든다. 그래서 마지막의 “옆에 있으니까 고맙지”라는 말은 단순한 감사 인사가 아니다. 그것은 인간이 마지막까지 원하는 것이 누군가 자기 곁에 머물러 주는 존재감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노승현 작가의 <옆에 있으니까 고맙지>는 치매라는 병을 통해 오히려 인간 관계의 본질을 따뜻하게 그려낸 수필이다. 기억은 사라져도 사랑은 남는다는 사실, 그리고 인간은 결국 누군가 곁에 있어 준 시간으로 살아간다는 진실을 조용하지만 깊게 전한다. 노승현 작가의 등단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독자들의 사랑을 많이 받고 대성을 기대한다.

심사위원 합평


함영의 작가의 <아름다운 손>

희생과 사랑의 회고와 형상화

함영의 작가의 <아름다운 손>은 갈라진 아버지의 손과 기도로 닳아간 어머니의 손을 통해 부모 세대의 희생과 사랑을 회고하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손이라는 구체적 신체 이미지를 중심에 두고 부모의 삶 전체를 형상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상징적 완성도가 높은 글이다.

무엇보다 이 글의 핵심 상징은 제목 그대로 ‘손’이다. 아버지의 손은 쇳물과 멘소래담 냄새가 밴 손이며, 어머니의 손은 평생 두 손을 비비며 자녀를 위해 기도하던 헌신의 손이다. 화자는 그 손 위에 새겨진 시간과 삶의 무게를 읽어낸다. “가뭄 논바닥처럼 갈라진 아버지의 손”, “평생 기도하는 손” 같은 표현은 손을 한 인간의 생애 전체를 응축한 상징으로 만든다.

 특히 대장간의 불꽃, 메와 망치, 담금질의 장면들은 매우 시각적이면서도 생동감 있게 그려진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화자가 어린 시절에는 그것을 놀이처럼 바라보았다는 점이다. 아이의 눈에는 “불꽃놀이처럼 예뻐 보였던” 풍경이 성인이 된 이후에는 생계를 위해 평생을 불 속에 몸을 던진 시간으로 다시 읽힌다. 이처럼 기억은 현재의 이해를 통해 새롭게 해석되는 감정의 공간이 된다.

 어머니에 대한 서사는 또 다른 방향으로 확장된다. 어머니의 손은 기도의 손이다. 특히 오 남매의 잦은 병치레와 자신의 큰 수술 경험이 서술되면서 어머니의 기도가 절박한 생존의 몸짓이었음이 드러난다. 절과 무당집을 오가던 기도가 이후 기독교 신앙으로 이어지는 과정 또한 흥미롭다. 이는 종교의 변화 자체보다 “자식을 살리고자 하는 마음”이 종교를 초월해 지속되었음을 보여준다. 결국 어머니의 삶을 지탱한 것은 특정 신앙 이전에 사랑의 본능이었다는 점에서 인간적 울림이 크다.

 또한 이 글의 가장 큰 힘은 진정성에 있다. 화자는 부모의 삶을 지나치게 미화하거나 영웅화하지 않는다. 오히려 뒤늦게 철이 든 자식의 죄송함과 감사함을 담담하게 드러낸다는 점에서 독자의 감정을 움직인다. 특히 마지막 부분에서 “감사와 존경의 마음, 죄송한 마음들이 교차한다”의 문장은 이 글 전체의 정서를 압축한다. 부모를 향한 사랑은 늘 감사와 미안함이 함께 온다는 사실을 많은 독자들이 자연스럽게 공감하게 된다.

함영의 작가의 <아름다운 손>은 부모의 손을 통해 노동과 희생, 기도와 사랑의 시간을 되짚어가는 회고적 수필이다. 쇳물 냄새 밴 아버지의 손과 기도로 닳은 어머니의 손은 결국 한 가정을 지켜낸 삶의 증거로 남는다. 무엇보다 이 글은 부모의 사랑을 거창한 언어로 설명하지 않고 손의 감각과 냄새, 습관 같은 생활의 디테일 속에서 길어 올리고 있다는 점에서 깊은 울림을 준다.

작가는 부모의 손을 기억하는 일이 곧 자신이 어디에서 왔는지를 기억하는 일임을 조용히 보여주고 있다. 등단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독자들의 사랑을 많이 받고 대성을 기대한다.

심사위원방 합평

 
<소설 부문>

개망초 / 이새벽

이새벽 작가의 소설 「개망초」는 가난했던 1980년대 후반 경남 하동의 작은 시골마을 배경으로 한 농촌의 풍경을 어린 소녀의 따듯한 시선과 감성으로 복원해 낸 뛰어난 성장 소설이다 「개망초」는 초등학교 6학년 소녀의 성장과 상실, 그리고 가난 속에서도 이어지는 삶의 온기를 섬세하게 담아내며 아름답고 순수한 감각으로 그려내고 있다.

아버지는 창원에서 객지 생활 중이고, 오빠들은 각자 삶을 살며, 어머니는 부재한 채로 소녀는 보건소 소장님의 보살핌 아래 살아간다. 단짝 정미는 이유 없이 멀어지고, 오래 돌봐준 화진언니는 부산으로 떠난다. 소장님마저 12월에 결혼하자 소녀는 큰집으로 보내진다. 이듬해 집은 고속도로 개통으로 철거되고, 소녀는 아버지가 있는 창원으로 전학을 떠나며 방화마을과 작별한다.

이 작품의 가장 큰 미덕은 ‘가난’을 비극적으로 과장하지 않고, 생활의 질감 자체로 설득해 냈다는 점이다.
작가는 무너진 변소, 비 새는 천장, 장독대의 동치미, 50원짜리 풍선껌, 전방의 과자, 군불을 때던 아궁이 같은 사물들을 통해 시대의 공기와 계층의 현실을 매우 구체적으로 재현한다. 특히 이러한 생활 디테일은 단순한 향수의 재현에 그치지 않고, 화자의 정서와 깊이 결합되어 있다는 점에서 문학적 완성도가 높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화자의 독특한 감수성이다. 화자는 개망초와 변소, 두꺼비, 풍선껌, 심지어 하나님의 창조까지도 ‘외로움’이라는 감정과 연결해 사유한다. “하나님도 심심하셔서 천지를 창조하셨다” 같은 문장은 어린 화자의 철학적 상상력과 고독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이러한 문장들은 작품 전체에 서정성과 깊이를 부여한다.
또한 등장인물들이 모두 선악의 이분법으로 처리되지 않는 점도 장점이다. 아버지는 무능하고 외로운 가장이며, 소장님은 따뜻하지만 자신의 삶을 찾아 떠나는 여성이고, 친구들은 질투와 우정을 동시에 품는다. 작가는 누구도 단죄하지 않으며, 인간 존재의 외로움과 생존을 조용히 응시한다.
특히 마지막 부분의 정서적 여운이 뛰어나다. 고향집은 사라졌지만 “내 마음 속에 영원히 새겨져 있다”는 문장은 단순한 향토적 회상이 아니라, 기억이 인간 존재를 지탱하는 방식에 대한 통찰로 읽힌다. 마지막 창원의 불빛을 개망초에 비유하는 결말 또한 제목과 정서를 아름답게 연결하며 작품을 완성한다.

다만 아쉬운 점도 보이는데 작품 중반부는 회상과 에피소드가 풍성한 대신 다소 산문적으로 흘러가는 부분이 있다. 일부 장면은 조금 더 압축되었다면 서사의 밀도가 높아졌을 것이다. 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작가는 이러한 느슨함조차도 어린 시절 기억의 흐름처럼 읽히며 작품 특유의 정감을 형성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싶다.


총 평

「개망초」는 가난과 결핍 속에서도 인간의 존엄과 생명력을 발견해 내는 수작으로 소녀의 성장기이자, 사라진 농촌 공동체에 대한 애도의 기록이며, 동시에 ‘외로움 속에서도 끝내 살아가는 존재들’에 대한 따뜻한 헌사로 읽힌다. 제목인 ‘개망초’처럼, 작품은 작고 흔하지만 질긴 아름다움을 오래도록 독자의 마음에 남긴다.
이새벽 작가의 소설가로서의 등단을 진심 축하하며
아무쪼록 소설로 더욱 갈고 닦아 정진하여 우리 시대의 빛나는 보석이 되어 주기를 바란다.

심사위원 합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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